상인회 측, “현행법상 문제 소지 있지만, 시장 원리에 맡겨야”
대전시, “당장 뚜렷한 대책 없다”... 2019년 운영권 반환 앞두고 해법 주목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내 점포는 '상인간 거래가 금지된’ 대전시 공유재산임에도 20년 넘게 불법권리금을 통해 거래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와 이를 위탁관리 중인 상가연합회 측 모두 이를 알면서도 ‘시장원리’에 따라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묵인해왔다.
하지만, 1994년 문을 연 후 24년째 운영 중인 지하상가 점포의 권리금 거래를 당장 금지할 경우,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앙로 지하상가 조성사업은 1987년 10월 당시 대전시가 (주)영진건설(유통), (주)대우건설와 지하도로(상가겸용) 및 동서관통도로 건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했다. 시공사는 601개의 상가를 준공한 후 20년간 무상사용과 함께 상가관리ㆍ운영권을 얻는 조건으로 대전시에 기부채납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시공사 부도로 관리ㆍ운영권은 2014년 7월까지 상인회인 (사)중앙로지하상가로 이관됐다.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중앙로 지하상가는 대전시의 공유재산이다. 소유권이 대전시에 있다는 얘기다. 시는 상인들에게 사용수익허가권만 내줬다. 점포주들이 점포영업을 그만둘 때 시에 사용수익허가권을 반납하고 떠나면 되는데, 권리금을 받고 넘긴 것이다.
1994년부터 허가권을 얻어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는 상인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권리금 거래는 수십년간 이어져 왔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점포주는 본전을 뽑지 못하거나, 투자비 회수 등을 이유로 권리금을 요구한 것이고, 중개업자도 수수료를 받으니까 소개했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사)중앙로지하상가 모두 권리금 거래를 인지하고 있었다.
시가 2014년 7월 연간 40억여원의 임대료를 내는 등의 조건으로 2019년 7월 5일까지 상인회에 재위탁을 맡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 관계자는 “당장은 뚜렷한 대책이 없지만, 위탁계약이 끝나는 2019년 7월전까지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다만, 지하상가 문제는 현실과 맞지 않아 제도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서울시는 최근 지하상가의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감사원과 행정자치부의 지적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상인들은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지 못하고, 빈 점포는 서울시가 회수해 경쟁입찰을 통해 임대한다.
중앙로 상인회 측은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인수 중앙로지하상가 운영위원장은 “중앙로 지하상가는 전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특색있고 문화와 패션을 즐길 수 있는 활성화된 곳”이라며 “공유재산물품관리법만 강조하면 지하상가는 쇠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시장원리에 따라 융통성 있게 거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상인들에게 점포는 생계와 직결된 전 재산이기 때문에 자칫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인 지하상가의 권리금을 인정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