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만년동과 월평동, 둔산동을 잇는 ‘서구 황톳길’은 삭막한 도심 속 작은 휴식공간이다. 인도 옆에 아기자기하게 마련된 숲길은 자동차와 높게 솟은 건물 사이에서 작게나마 휴식공간을 선사한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면 서구엔 황톳길이 있는 셈이다. 대전 시민들이 잠시나마 자연과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이다.
서구 황톳길 길이는 총 8.9㎞다. 각 아파트를 원으로 둘러싼 모양인 이곳은 1~6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1구간은 둔천초와 강변·상아·초원·상록수아파트를 연결했다. 2구간은 하나로·다모아·둔산주공·한아름·무궁화아파트, 3구간은 전원·진달래·누리·무지개, 4구간은 둥지·꿈나무·샘머리·수정타운아파트를 거닐 수 있다. 5구간은 가람·보라아파트, 삼천교네거리, 남선공원 녹지대 인근까지 숲이 퍼져있다. 6구간은 가장 짧지만 한밭수목원과 둔산대공원과 인접한 만년네거리~둔산대공원삼거리에 조성됐다.
김종환<사진>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은 출·퇴근 시 이 구간을 거닐며 못 다한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걷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서구에서 가장 대표할만한 곳이 바로 이곳”이라며 “사람과 자동차에 항상 부닥치며 살다보니 정작 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 길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말했다. 50년간 서울에서 생활한 그에겐 서구 황톳길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지역 중소기업이 필요한 지원의 신선한 생각들을 고안해내고, 재충전한다. 높게 솟은 나무와 곳곳에 마련된 벤치는 지역민들을 서구 황톳길로 인도하는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도심 속 작은 휴식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밤공기가 선선해 걷기 최적의 날씨인 6월초 여타 구에선 이런 풍경을 느끼기 부족한 탓이다. 김 본부장도 그 점에 공감한다. 그는 “서울에서도 이런 길은 못 본것 같다”며 “아파트 인근은 주민들에게 최적화됐기 때문에 많은 지역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아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시민들이 무단으로 버리는 쓰레기는 최대 취약점이다. 곳곳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일회용 커피컵 등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일부 시민들의 흡연은 눈살을 찌푸리기 충분하다.
김 본부장은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가끔 길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는 나무를 오염시킬 수 있어 부적절하다”며 “숲과 지역민이 누릴 수 있는 작은 공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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