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관계의 열쇠, 공감과 소통

▲ 오진숙(대전흥룡초 교사)

어느 쉬는 시간의 일이다. 평소라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화장실을 오가는 아이들로 분주한 것이 대부분의 교실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 날은 무슨 일인지 아이들이 모두 교실 한 구석에 모여 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떨어진 연필이며 공책 등 학용품을 챙기느라 바쁘고 그 옆에는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울면서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도 않는다. 할 수 없이 정리를 하던 아이들에게 물으니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한다. “저 애가 우리 말을 안 들어요. 혼자서만 말해요” 그러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좀 전 보다 더 화가 나고 속상한 듯 서럽게 울며 말한다. 친구들이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다고.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생활의 어려움으로 수업 이외의 업무 처리로 수업에 집중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학생들의 생활지도이며 생활지도가 어려운 고학년은 기피학년이다. 해결책으로 생활지도가 어려운 고학년 담임교사에게 약간의 혜택을 주고 있지만 고학년 담임교사를 자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요즘은 저학년 학생들의 지도도 고학년 못지않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그 날 교실을 떠들썩하게 한 아이도 저학년 학생으로 지난해에도 종종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내가 본 경우는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그런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본 그 학생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도 외면하는 경우가 잦았었는데 차분한 태도로 인사를 하고 또박또박 자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무엇이 그 아이를 변하게 했을까? 교실에서의 소동이 있은 후 보았던 모습들이 스쳐 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할 만큼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와 마주앉아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를 들어주던 선생님. 아이와 대화하는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와 전화 통화하던 담임 선생님 등 여러 사람이 함께 노력한 결과였던 것이다.

화가 난 아이나 학부모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잘 한 건지 잘 못한 건지 물어보기에 집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어떤 관계든 결국 서로 얼마나 소통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살림살이와 극심한 경쟁, 빈부 격차 등으로 사회가 점점 각박해 지고, 교권 침해가 점점 심각해지는 등 학교나 교사나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동그란 눈을 빛내며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학생들과 노력하는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는 학부모가 더 많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내가 먼저 나날이 변해가는 사회의 변화를 알고, 나와 다른 시간을 살아온 상대를 이해하고 어떻게 소통할지 찾아 가는 것이 서로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열쇠일 것이다.


오진숙(대전흥룡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