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
이러한 지구의 생태계는 일부가 파괴되어도 스스로 치유되는데, 이는 어느 한 지역의 생태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미생물과 식물, 동물들의 숫자가 스스로 적절하게 조절되면서 생산과 소비의 밸런스가 오묘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수만 명에 불과했던 현생 인류의 조상 호모사피엔스는 인지 혁명을 일으켜 단숨에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한 지 7만여 년 만에 그 수가 수십억으로 불어나 포식자의 수가 더 많은 역피라미드를 형성하고 있다. 자연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한계를 넘겨버린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한계를 식량 재배와 가축 사육이라는 대량 인공생산 시스템을 구축하여 가까스로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억지로 유지되고 있는 인공 생태계는 인간이 미처 그 심각성을 깨닫기도 전에 지구 곳곳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생산과 소비의 밸런스를 깨고 있다. 인간이 썩지 않는 폐기물 배출과 대기오염, 오존층 파괴, 자원 남획 등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지속한다면 초록빛 지구는 머지않아 화성이나 목성과 같이 흙먼지 풀풀 날리는 행성으로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설마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는다 해도 전 지구적인 생태환경을 변화시켜 우리의 삶에 커다란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초래되는 지구온난화는 46억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지구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태풍,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빙하를 녹여 북극곰, 펭귄과 같은 동물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동시에 해수면을 높여 피지와 같은 섬나라들을 물에 잠길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세계 지도자들이 1992년 브라질 리우에 모여 기후변화협약을 맺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수립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협약은 애초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실질적 합의에 이르기에는 매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었다. 선진국들은 산업형태를 저탄소 에너지 구조로 바꾸어야 하니 경제에 부담되어 반대할 수밖에 없었고 개발도상국들은 아직 산업화를 이뤄보지도 못한 상태이니 선진국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는 형국이었다.
이럴 때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두 나라 지도자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고 전 세계 국가들이 조금씩 양보하여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기준으로 섭씨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어 냈다.
2015년 11월 신기후체제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이 채택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1일 이렇게 어렵사리 합의를 이룬 파리협정을 탈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러한 결정은 그동안 세계를 이끌어 온 미국의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인 공동 대응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협약국들은 미국의 탈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의 조기 정착을 위한 공동 노력에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실제 탈퇴까지는 적어도 3~4년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므로 미국이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국제적인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미국의 핵심 기업들은 최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엄청나게 투자를 하고 있으며, 미국의 산업 형태도 저탄소 에너지 생산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도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고 회피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의 탈퇴 선언으로 국제적인 공조가 지연되는 시기를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 체제로 전환을 서둘러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신기후체제를 선도해 나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구 상에 생물이 출현한 지 30억 년이나 되었다. 기껏 100년을 살고 갈 인간의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지구의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는다면 지구는 인류에게, 우리 후손들에게 더는 생명의 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양성광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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