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루는 '합법적 절도'라고 주장하는 전윤숙 변호사. |
뛰는 야구 하는 한화이글스 기대
지난 9일 삼성과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5대4로 한화가 앞서고 있던 8회말, 첫타자 로사리오가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갔다. 다음 타자 이성열이 헛스윙을 하는 동안 로사리오는 1루에서 2루까지 도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로사리오는 다시 한 번 도루를 시도, 2루에서 3루까지 도루에 성공한 후 손가락으로 승리의 V를 그리기까지 했다.
비록 로사리오가 장타자들 중에서는 발이 빠른 편이라 하더라도 보통 장타자들이 도루를 하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한 경기에서 한 번도 아니고 한 이닝에서 무려 두 번의 도루를 시도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에 이 날 로사리오의 도루 두 번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도루는 한자로 ‘盜壘’로 표기한다. 훔칠 도 보루 루 말 그대로 루를 훔친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steal’이라고 한다. 역시 훔친다는 뜻이다. 안타와 같은 타격이 없이도 주자가 발로 뛰어 다음 루의 베이스로 이동하는 것이 바로 도루이다.
주자가 1루에서 2루로 도루를 하면 ‘2루를 훔쳤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루는 절도죄에 해당할까?
형법 제329조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 소유의 재물을 그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하고 제3자의 점유로 옮겨 새로운 점유를 취득하게 하는 경우가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야구 경기장 안의 각 루들이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 소유의 재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각 루에 놓인 베이스 자체의 재물성은 별론으로 하고), 도루를 하는 주자가 루를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은 아니기에 기존 점유자의 점유배제와 새로운 점유 취득이라는 요건이 없다는 점에서 도루는 절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도루를 ‘합법적 절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합법적 절도’ 도루는 야구경기 속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한화이글스 팬들은 주자가 도루를 하기 원할 때 ‘뛰어!’를 외치곤 한다. 다음 주 경기에서도 팬들의 ‘뛰어!’ 주문이 통하는 빠르고 신바람 나는 경기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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