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라는 숫자와 0이라는 숫자, 우리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두 개의 숫자.
기독교인들은 1이라는 숫자를 하나님을 상징하는 숫자라고 합니다. 영원수를 나타내기 때문이랍니다. 늘 변치 않고 스스로 계신 분이고, 홀로 완전하신 분, 오직 하나의 한 분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여기 ‘100,000,000’이라는 숫자가 있습니다.
‘0’이라는 숫자가 8개나 되는 1억이지요. 그중에 ‘0’하나를 지우면 10,000,000 이라는 숫자가 남습니다. 다른 ‘0’하나를 지워도 1,000,000 이라는 숫자가 남고요. 그런데 ‘1’이라는 숫자를 지워보세요. 나머지 ‘0’이라는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은 가치가 없습니다. ‘제로’이기 때문이지요.
그 ‘1’이라는 숫자. 모든 숫자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숫자 ‘1’.
그게 바로 내 아내이고, 자녀이며, 형제자매들이고 이웃들입니다. 시인 박영옥의 '하늘 만큼 땅 만큼'이란 시를 볼까요?
하늘만큼 땅만큼
박영옥
햇살 가득한 / 노인 병원 앞뜰 / 활짝 웃는 복숭아 꽃 나무 아래 / 봉사자와 할머니
할머니 몇 살? / 쉰 다섯
아들은 몇 살? / 예순 다섯
그럼 아들 나이가 더 많네? / 아녀, 내가 더 많지
할머니 닮았으면 아들 이쁘겠네?
우리 아들이 서 있으면 불 킨 것 같이 길이 환 - 했어
언제쯤 온대? / 열 손가락 다 펴든다.
열 밤 자면? / 끄덕끄덕
울애기 보고 싶어 하늘만큼 땅만큼......
눈물처럼 / 복숭아꽃잎 져내린다.
이미 제 정신은 아니더라도 열 손가락을 펴보이며 소중한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 그래서 뒤에 따라오는 ‘0’이 없다면 ‘1’은 그저 ‘1’일 뿐입니다.
뒤에 따라붙는 ‘0’이라는 숫자,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 첫번째 '0'이야말로 가족과 이웃끼리의 신뢰가 아닐까요? 그리고 다음에 오는 '0'은 배려요, 사랑이요, 존중이요, 보듬음이 되겠지요.
그것들이 모여져 행복이 되는 것입니다.
김소영 수필가는 고등학교 2학년인 그의 딸이 어느 소나기 오는 날 낯모르는 행인께서 우산을 건네주어 비를 맞지 않고 집으로 오게 된 것에 대하여 한없이 고마워하며 '행복의 조건'이라는 글을 썼더군요. (중도일보 6월 9일자)
이웃에 대한 사랑이요 배려인 것입니다. 상대는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사춘기 학생입니다. 그리고 낯모르는 어른으로부터 조건 없는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사춘기의 소녀는 자라면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까요? 얼굴도 모르는 남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대박이라고 외쳐댔다는데 말입니다.
숫자‘0’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곁길로 나가보겠다는 말씀입니다.
숫자 ‘0’은 처음에는 단순히 빈자리를 나타내는 기호였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가 생기면서 수학과 문명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지요. 그런데 숫자 0에는 다양한 의미가 들어 있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나 고층 건물엔 ‘0’층이 없이 곧 지상1층, 지하 1층으로 나타냅니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 사이에는 분명 기준점인 0이 있어야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숫자 0은
1, 기준점을 나타냅니다.
온도계를 보세요. 0을 기준으로 영상온도와 영하 온도를 나타내지요. 또한 숫자 0은 양수와 음수를 가르는 기준점이 됩니다. 숫자 0을 기준으로 0보다 큰 수를 양수라 하고, 0보다 작은 수를 음수라고 하는데 우리 생활 속에서는 고층 건물의 층을 표시할 때 지면 ‘0’을 기준으로 위로 첫 층을 지상 1층, 지상 2층·으로 표시하고, 지면 아래 첫 층을 지하 1층, 지하 2층으로 표시합니다. 이때 숫자 0은 기준점을 의미하지요.
2, 빈자리를 나타냅니다. 101과 1001사이에 0이 없다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3,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냅니다.
숫자 0은 ‘아무것도 없다(無)’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을 때 잔액에 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겠죠. 이때 숫자 0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4, 시작점을 나타냅니다.
숫자 0은 시작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운동장에 100m달리기 시작점을 보세요. 0이라 되어있지요.
5, 0은 짝수인가요, 홀수인가요?
짝수입니다. 왜냐구요? 0을 아무리 나눠보세요. 남는 게 있나? 남는게 없지요? 남는 게 없으면 짝수입니다.
1과 0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다가 곁길로 빠졌지만 곁길에서도 1과 0의 소중함을 말했으니 주제에서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겠죠? 제게는 1에 해당하는 사람이 딱 한 사람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1이라는 숫자로 자리매김하는 분이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 1에 어떤 0으로 채워 나가시겠습니까?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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