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6월 AI파동과 태국 계란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6월 AI파동과 태국 계란

  • 승인 2017-06-11 12:02
  • 신문게재 2017-06-12 3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태국 치앙마이에서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1일 AI특별방역대책기간 종료와 위기경보가 관심으로 하향 된 지 하루만의 일이었다. 제주에서 시작된 AI 공포는 하루 이틀 사이 군산과 양산에서까지 감염이 확인됐다.

성격 급한 한국인은 감당키 어려운 느린 인터넷 속도에 스마트폰이 태국 날씨처럼 뜨거워질 때까지 한국 뉴스를 확인하고 또 했다. 그때마다 늘어가는 감염 지역과 농장의 수. 곧 살처분 될 닭과 오리들의 운명에 달콤한 땡모반(수박쥬스)을 마시고 있어도 씁쓸함은 커져만 갔다.

세계 관광객이 모여드는 동남아 대표 관광지 태국의 주요 음식에는 계란과 닭이 주 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해산물도 풍부한 나라지만, 계란과 닭이 들어간 메뉴는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길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인 팟타이부터 게와 커리의 환상궁합 뿌빳뽕커리는 계란이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신의 한 수와 같은 비법의 재료다.

‘한국에 돌아가면 당분간 먹지 못할 거야.’라는 심리적 부담 때문이었을까. 길거리에서, 혹은 호텔 조식으로 너무 흔해서 미처 손이 가지 않았던 계란요리를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치앙마이를 떠나오던 마지막 비행기 기내식까지도 계란이었다. 써니사이드업 계란이 올라간 닭볶음밥이었다.

닭과 계란이 풍족하다 못해 흔한 태국에서의 일주일은 AI 사태가 일어난 고국의 현실과는 너무나 이질적이라 만감이 교차했다.

AI가 처음 발병했다는 제주에서만 4개 농가의 닭, 오리 1만 2790마리가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 됐다. AI 발병 12일 차. 앞으로 살처분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겨울철에만 주로 발병해왔던 AI가 여름철 이례적으로 발병한 탓에 피해규모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통시장을 비롯한 유통시장에서는 생닭 판매가 금지됐다. 이 상황이라면 설 전후로 발생했던 계란대란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당초 9월쯤에는 산란계의 수가 안정적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변수가 된 6월 AI로 이마저도 확신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겨우내 괴롭혔던 AI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곧 보양철을 앞둔 터라 닭과 오리 농가의 막막한 심정은 그 누구도 헤아릴 길이 없다.

정부는 태국 계란 수입을 서두르고 있다. 수입위생평가가 마무리됐고 선박을 이용하면 일주일 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태국 계란 원가는 1알에 70원 꼴.

한국 뉴스를 보며 먹먹하게 삼켜야 했던 태국 계란이 국내 유통시장으로 들어온다. 소비자로서, 기자로서 안심해야 하는 맞는 것일까.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