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모 한국연구재단 성과조사분석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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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구재단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결과, 전국 대학의 전임교원은 9만1130명이고, 이중 4년제 대학연구자는 7만6559명이다. 이들의 연구개발비는 총 5조5817억원이고, 중앙정부가 75.5%인 4조2168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58백만원이고, 여성 교원 1인당 평균연구비는 남성보다 절반 이상 낮으며, 국공립대학의 연구과제 수혜율이 사립대학보다 21.3% 높다.
미래창조과학부 주요 연구개발(R&D) 사업을 대상으로 성과를 분석 결과, 지난해 10억 원당 SCI 논문 실적은 5.5편으로 국가전체의 6.3배에 달하며, 한국의 피인용 상위 1% 논문의 42.8%가 미래부 주요R&D사업에서 산출됐다. 연구비 10억 원당 특허등록 실적은 국가전체 실적의 70%수준으로 조사되었다. 연구개발 투자 효과에 대한 의문과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갖고 있지만, 내부자로서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필자가 재단에서 하는 역할이다.
전국 대학의 연구자들의 연구비, 연구실적의 실태조사, 연구개발 추진 성과의 분석, 우수성과의 발굴, 확산, 기술이전 정보 수집, 연구개발 결과의 창업 활성화 등 정부가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한 성과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부서에서 볼 때, 한국의 미래는 살만한 세상이 될 것 같아 보인다.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OECD 국가 중 GDP 대비 투자비율이 최고수준이다. 이에 대해 성과평가를 하기 위해 합리적인 절차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까지는 연구자들 간의 상호 평가(동료평가)를 통해 이뤄지고, 이를 위해 공정한 전문가를 배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였다. 세상은 복잡해지고 융합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한 시점에 전통적인 학과기반의 동료 개념은 없어졌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어떤 전문가를 기대하고 어떤 분야가 유망한지 전통적인 방식으로 찾을 수 있을까?
재단은 30여만명의 국내외 연구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박사학위를 신고하는 곳이기도 하다. 재단을 통해 연구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정보를 상세히 입력해서 경쟁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한국의 미래에 대한 빅데이터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연구지원 시스템 구축을 하려는 이유다. 이미 매년 접수되는 5만 여과제를 통해 연구주제의 키워드 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10대 미래유망기술 발굴을 했고, 성과소개서를 통해 최고 연구자간 해당 분야 전문가를 상호 추천하여 구성한 연구자 지도를 그려보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복잡하고 분석적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성과소개서는 재단이 지원한 연구결과를 일반인이나 관심 있는 기업에게 소개하고자 연구결과 보고 시에 제출하는 자료다. 또 해당 기술과 관련된 최고전문가를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간 네트워크가 생기고 자주 추천되는 전문가는 동료들이 추천하는 숨어 있는 실력자인 것이다. 단순 논문 피인용이나, 우수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정보를 넘어서는 전문가 찾기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것이다. 타 분야 전문가로 연결되는 경로도 파악된다(한국연구재단 성과마루 전문가 네트워크 시스템).
융합시대에 나도 모르는 내 분야의 대가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연결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복잡하고 분석적인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가장 뜨거운 경쟁의 장에 빅데이터가 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증거기반의 승산 있는 확률게임을 하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퀴즈를 푸는 열쇠는 이미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한 두 사람의 스타를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이미 세상을 끌고 갈 저력을 축적해 가고 있다. 내부자들은 알고 있다.
양정모 한국연구재단 성과조사분석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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