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한 주에 하루는 뭔가 되려하지 말고 푹 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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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한 주에 하루는 뭔가 되려하지 말고 푹 쉬기

  • 승인 2017-06-11 11:58
  • 신문게재 2017-06-12 23면
  • 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 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 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우리시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욕망을 한없이 부채질하는 첨단기술과 정보의 시대입니다. 이 사회는 인간이 어떤 욕망을 갖는데 어떤 장애를 느끼거나 한계를 두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회입니다. 가정생활에서도 인간의 행동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절제라는 덕목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되었고 사람의 존재 그 자체의 가치와 사람을 섬기는 가치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에 더 우선을 두는 듯 합니다. 세계 제 2차 대전쟁 이후에 태어나 경제성장기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미래를 항상 낙관적으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려는 듯이 살아왔다고 합니다. 그 세대 사람들은 입법체제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는 것을 정당화했고, 새로운 과학기술혁명을 통해 등장한 새로운 의사 소통기구는 예컨대 전화하면서 동시에 요리 하는 것 같은 멀티 태스킹 활동에 익숙한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발전한 전기 덕분에 사람들에게 더 여유로운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짧다고 더 바쁘다고 소리치는 삶은 우리를 과부하상태에 놓이게 합니다. 현대 도시인의 보행속도가 과거보다 10% 빨라졌다고 하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의 생활이 이뤄지는 도시에서 사람들의 관상동맥질환율이 높아졌다는 영국의 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주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되고자하는 욕망에 의해 지배되고, 때로는 그 욕망을 이루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바쁜 생활 리듬안에서, 우리는 그냥 한 사람으로서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주에 하루를 쉬기로 한다는 일요일이라는 오랜 전통도 잊은 채 연중무휴로 일을 하면서 지냅니다.

유대인들의 달력에는 일년이 360일이어서 보통 알려진 365일보다는 4일이나 6일이 적습니다. 유대인들은 그 적은 일수를 일을 하는 날, 즉 월요일이 아니라 안식일로 정하여 그날은 일하지 않는 날로 만들고 그것으로 일년 365일을 채웁니다. 이 안식일 하루에는 오직 사람이 1km 정도만 걸을 수 있도록 되어있으니, 이는 도보로 약 12분 정도의 거리를 걷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이러한 이동의 제한은 곧 인간 욕망에 대한 제한으로서 이를 지키는 것이 유대인들의 습관입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채우려는 시대에 이렇게 욕망에 제한을 두는 유대인들의 문화가 새롭게 보이는 요즈음입니다.

유대인들과 그리스도교인들의 경전인 성경의 첫 장인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느님은 육일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일을 하셨고, 일곱번 째 날에는 유에서 무를 세우심으로 쉬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곱번 째 날을 거룩한 날로 부르셨습니다. 육일간은 노동으로 물질적인 삶을 세워 인간을 살게 하셨고, 칠일째 하루는 인간을 위하여 온전히 쉼으로써 거룩하게 지내게 하신 것입니다. 이는 인간들도 이렇게 일을 멈추는 날을 정하여 지켜 참된 인간으로 살라는 하느님의 명령입니다. 유대인들은 ‘일하고 나서 밥을 먹자’는 습관인 반면에, 그리스도교인들은 ‘밥 먹고 나서 일하자’는 삶의 길을 선택하였지만 공통적으로는 안식일에는 일을 멈추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이 멈추는 날, 그날을 신앙인들은 거룩한 날이라고 부릅니다.

성경 창세기에 “빛이 있으라”는 말은 하느님이 세상에서 선포하신 첫번째 말씀입니다. 이 말씀인 빛으로 인하여 이 세상에 시간이라는 것이 들어왔습니다. 인간을 위한 시간에는 물질적인 시간과 영혼을 위한 시간이 있습니다. 물질로서의 인간의 몸을 위한 시간과 영혼으로서의 인간을 위한 시간, 이 두가지 시간들 사이의 균형이 잡혀야 더 나은 인간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일주일에 하루는 영혼을 위하여 푹 쉬시는 날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 양자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살게 됩니다. 마음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영혼의 꿈틀거림을 느끼고자 한다면, 세상을 향한 가득한 욕망안에서는 그것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일상이 항상 주변에 많은 사건을 끌고 다니는 삶이라면, 사랑을 바라는데 항상 실망만 떠안는 삶이라면, 자신 안에 또아리치고 있는 욕망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끝없는 욕망의 삶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의 변화를 갖고 싶다면, 일주일에 하루를 푹 쉬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쉬는 시간에는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이 아닌 더 연약한 사람과 함께 쉬면 더 맑은 영혼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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