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
유대인들의 달력에는 일년이 360일이어서 보통 알려진 365일보다는 4일이나 6일이 적습니다. 유대인들은 그 적은 일수를 일을 하는 날, 즉 월요일이 아니라 안식일로 정하여 그날은 일하지 않는 날로 만들고 그것으로 일년 365일을 채웁니다. 이 안식일 하루에는 오직 사람이 1km 정도만 걸을 수 있도록 되어있으니, 이는 도보로 약 12분 정도의 거리를 걷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이러한 이동의 제한은 곧 인간 욕망에 대한 제한으로서 이를 지키는 것이 유대인들의 습관입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채우려는 시대에 이렇게 욕망에 제한을 두는 유대인들의 문화가 새롭게 보이는 요즈음입니다.
유대인들과 그리스도교인들의 경전인 성경의 첫 장인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느님은 육일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일을 하셨고, 일곱번 째 날에는 유에서 무를 세우심으로 쉬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곱번 째 날을 거룩한 날로 부르셨습니다. 육일간은 노동으로 물질적인 삶을 세워 인간을 살게 하셨고, 칠일째 하루는 인간을 위하여 온전히 쉼으로써 거룩하게 지내게 하신 것입니다. 이는 인간들도 이렇게 일을 멈추는 날을 정하여 지켜 참된 인간으로 살라는 하느님의 명령입니다. 유대인들은 ‘일하고 나서 밥을 먹자’는 습관인 반면에, 그리스도교인들은 ‘밥 먹고 나서 일하자’는 삶의 길을 선택하였지만 공통적으로는 안식일에는 일을 멈추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이 멈추는 날, 그날을 신앙인들은 거룩한 날이라고 부릅니다.
성경 창세기에 “빛이 있으라”는 말은 하느님이 세상에서 선포하신 첫번째 말씀입니다. 이 말씀인 빛으로 인하여 이 세상에 시간이라는 것이 들어왔습니다. 인간을 위한 시간에는 물질적인 시간과 영혼을 위한 시간이 있습니다. 물질로서의 인간의 몸을 위한 시간과 영혼으로서의 인간을 위한 시간, 이 두가지 시간들 사이의 균형이 잡혀야 더 나은 인간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일주일에 하루는 영혼을 위하여 푹 쉬시는 날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 양자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살게 됩니다. 마음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영혼의 꿈틀거림을 느끼고자 한다면, 세상을 향한 가득한 욕망안에서는 그것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일상이 항상 주변에 많은 사건을 끌고 다니는 삶이라면, 사랑을 바라는데 항상 실망만 떠안는 삶이라면, 자신 안에 또아리치고 있는 욕망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끝없는 욕망의 삶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의 변화를 갖고 싶다면, 일주일에 하루를 푹 쉬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쉬는 시간에는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이 아닌 더 연약한 사람과 함께 쉬면 더 맑은 영혼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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