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며칠 전 봄 가뭄이 연일 계속되던 중 단비가 내렸다. 미세먼지와 꽃가루로 목과 코가 예민해지던 차에 반가운 비였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깐. 갑자기 내리는 비에 우산을 안 가지고 등교한 딸아이가 생각이 났다.
‘어쩌지... 하교 중일 텐데 우산을 가지고 버스정류장에 나가 기다려야 하나?’
우산을 챙기고 있는 동안
‘띠띠띠 삐리리~’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이 벌써 집에 도착했던 것이다.
‘에고, 비에 젖어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어야겠구나’
제법 내리는 비에 젖어 투덜거리는 딸내미의 투정을 들을 각오를 하고 돌아보는 순간 예상 밖의 뽀송뽀송한 아이가 웃으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뭐야, 비 맞지 않았어?”
“응, 엄마 오늘 참 기분이 좋아”
연신 싱글거리며 입가에 웃음이 가득한 딸을 보며 궁금증이 더해갔다.
“무슨 일인데? 빨리 말해봐”
“그게 말이야. 내가 버스를 타려고 가던 중에 비가 내리는 거야. 그래서 막 뛰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산을 주면서 쓰고 가라는 거야.”
“그 아저씨는 어쩌구?”
“그래서 내가 그랬지. 괜찮아요. 아저씨 쓰고 가세요 라고”
연신 미소를 지어가며 기대하라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거리기를 반복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기 길 건너편이 아저씨 회사야. 학생은 더 가야되지? 그러니까 이거 쓰고 가“라며 그 아저씨는 딸아이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고 횡단보도를 쏜살같이 건너가더라는 것이었다.
“엄마, 대박이지?”
그래, 대박이다.
이 일은 참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 수도, 별일 아닐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현대 사회에서는 이젠 평범한 일이 아닌 것이 돼버렸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
당신은 비를 좀 맞더라도 자라는 청소년을 사랑하는 마음.
딸아이는 예기치 않았던 그 참사람을 ‘대박’이라는 말로 표현 하였다. 엄마인 나도 그렇게 밖에는 달리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 정말 대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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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로 인해 행복해하는 딸아이를 보니 일본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생각났다.
자신의 행운을 이웃가게와 나누려 했던 아야꼬. 아야꼬의 가슴에 자리잡고 있던 배려가 우리 딸에게도 심어진 것이다.
내리던 비는 땅을 충분히 적시지도 못한 채 곧 그치고 말았지만 단비보다 더한 따뜻한 비가 딸아이의 가슴에 내리고 있는 것이다. 아낌없는 배려. 그것이 지금 고2 소녀의 가슴에 뿌려진 것이다. 세상은 아직 각박하지만은 아닌 세상이다.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또 다른 곳에 따뜻한 이웃의 손길이 있는 것이다.
딸아이의 행복한 미소는 귀가하는 가족들마다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함께 행복해 했고 함께 감사했다. 그야말로 대박이고 큰 축복이다.
오늘 아이는 따뜻한 배려심을 직접 경험했고 그로인한 감동과 어른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말하지 않아도,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아이의 가슴 깊이 심어진 남을 위한 배려.
행복한 하루였다. 딸에게 거름이 되는 오늘이 되어 행복했고, 이렇게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분들과 이웃해서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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