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희(음악평론가ㆍ백석문화대교수) |
2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선 안디무지크 필하모니아는 작년에 이어 연속적으로 쇼스타코비치를 중심으로 러시아 작곡가들과 한국작곡가의 초연작으로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쇼스타코비치 시리즈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현악4중주곡을 소규모 챔버 오케스트라로 확대 재편성하는 것이 연주의 핵심이기에 러시아, 편곡, 초연의 세 단어가 음악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우선 첫 곡으로 초연된 이원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곡은 작곡가의 변(辯)대로 음색의 대비와 공존, 조성과 비조성적인 화음의 울림이 자연스럽게 구성된 상당히 주목할 작품이었다. 짧은 곡임에도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확히 표출됐으며 음향의 밀도높은 색채는 인상적이었다. 프로코피에프의 발레곡 신데렐라에서 추린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5개 소품은 안디무지크 필하모니아의 악장 김민정의 독주로 선보였다. 김민정의 음색은 따뜻하고 안정적이라 기법에 따라 위트와 개성이 넘치는 프로코피에프 특유의 강렬한 임팩트를 기대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간간이 공간을 뚫고 나오는 섬세하고 예리한 음감으로 프로코피에프 음악의 특징인 도전적인 음향을 무리없이 전달하는 연주력을 보여주었다.
이어진 콘트라베이스 협주곡에서 손준만은 유연한 테크닉으로 현대음악 작곡가 카라페트얀츠가 요구하는 난해한 테크닉을 충분히 소화해냈다. 단지 저음악기가 지닌 특성으로 선율선의 흐름이 또렷이 들리지 않았기에 오케스트라 반주가 음량조절에 더 세밀한 신경을 써야했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면 라흐마니노프의 러시아 노래로 무대에 선 소프라노 박현경은 풍부한 표현력으로 짧지만 깊은 울림을 들려주었다. 마지막 쇼스타코비치의 챔버 교향곡은 세 개의 핵심 키워드가 모두 집약된 의미심장한 작품이었다. 전쟁과 고통의 느낌이 어둡게 깔려있는 현악사중주 8번이 안성혁의 편곡으로 원곡을 뛰어넘는 비장미를 잘 드러냈으며, 이운복의 정확한 지휘는 힘있는 울림과 절제된 슬픔의 정념을 온전히 전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주회의 음악은 모두 초연이었지만 수준 높은 연주로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더구나 편곡을 통한 쇼스타코비치 해석은 원곡에 내재된 깊은 정서를 확산시켰다. 안디무지크 필하모니아의 과감한 도전과 노력이 본격적으로 괘도에 오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 쇼스타코비치 진화2 음악회로 미래에 있을 새로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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