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책 고르는 재미, 소통하는 맛까지 … 서점이 다시 뜬다

  • 경제/과학
  • 유통/쇼핑

<유통> 책 고르는 재미, 소통하는 맛까지 … 서점이 다시 뜬다

  • 승인 2017-06-08 12:00
  • 신문게재 2017-06-09 13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대전시 중심 상권으로 ‘서점’ 등장

둔산동은 교보문고와 알라딘 중고서점

백화점 세이, 세이북스 리뉴얼 재오픈



도서 정찰제 이후 소비패턴 변화가 한몫

대화 없던 가족의 신흥 소통장소 각광




‘서점’이 부활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폐업률이 가장 높았던 서점은 신흥 소통장소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뿐일까, 문화와 경제를 아우르는 소비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교보문고, 알라딘 중고서점, 세이북스… 둔산과 원도심 중심 상권으로 서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점의 부흥기였던 그 시절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17년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유통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대전지역의 서점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책 냄새를 맡으며 빼곡한 책장 사이를 사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허나, 서점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 매우 낯선 공간이 됐다. 파격 할인가를 앞세운 온라인 서점 등장 이후 규모와는 상관없이 지역 곳곳의 서점 간판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정가보다 큰 폭의 할인, 반나절 혹은 하루 배송, 사은품, 마일리지까지. 온라인 서점은 고정 소비층을 확보하며 보이지 않는 대형기업으로 성장했다. 책을 빠르게, 쉽게,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대대적인 할인으로 도서업계는 과열양상이 뚜렷해졌다.

결국 정부는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책이 저렴해야 출판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는 여론도 뜨거웠지만, 10% 이상 할인 판매 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했다. 도서정가제 이후 책값이 온오프라인으로 동일해지자 온라인 서점의 인기는 한층 시들해졌다. 반대로 온라인 서점은 상당수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은 단순히 도서정가제의 효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사색할 공간, 문화 놀이터, 종이책에 대한 ‘부재’와 ‘갈망’이 만들어 낸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온가족의 독서 놀이터 둔산동 교보문고=평일 오후 7시 무렵, 타임월드 갤러리아 맞은편에 위치한 교보문고는 매우 북적였다. 책을 고르는 시민들, 테이블과 곳곳에 배치된 공간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중앙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까지. 남녀노소 세대 구분없이 자연스럽게 융화돼 있는 모습이다. 곳곳에 앉을 좌석은 충분하게 조성돼 있지만 좌석은 이미 만석.

여행과 문학 코너에서 만난 박지혜 씨는 “서점의 매력은 종이책을 직접 만져보는 일이다. 수고스럽지만 직접 고르고 구매해야만 책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한자 한자 꼼꼼히 읽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책을 구입하는 시민들의 소비패턴이 매우 신중해졌다는 의미다.

주말이면 자녀와 문화산책을 나오는 이도연씨 가족에게도 교보문고는 풍성한 놀이터다.

아들과 함께 서점에 나온 이도연씨는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은 서점이 가장 적합 한 것 같다. 아이때문에 방문하게 됐지만 최근에는 나 자신을 위한 사색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자주 찾고 있다”며 교보문고의 단골손님을 자청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서점 오픈 이후 다양한 소비층들이 찾고 있다. 책 판매율도 급증세”라고 전했다.

교보문고의 등장은 삭막한 둔산 일대에 휴식과 쉼터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중고면 어때, 은행동&둔산동 알라딘=알라딘 오프라인 매장은 중고서점으로 대전에는 2곳이 있다. 은행점과 시청점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버리기 아까운 책을 재판매하고, 필요한 소비층에게 다시 판매되는 리사이클 개념이다. 시청점 알라딘 매장은 꽤 규모가 넓다. 중고서적은 분야별로 매우 정교하게 나뉘어 있고 헌책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책의 상태도 양호하다. 교보문고가 대학생과 청년들의 장소라면, 알라딘은 유치원부터 초등학생들 둔 가족단위의 소비자들이 주를 이룬다.

동화책을 구입하던 김종민 씨는 “어린이 동화책은 수명이 짧다. 정가로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워서 알라딘 중고서점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중고지만 책의 상태가 양호해서 새책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라딘 시청점도 소비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열린 문화공간임을 보여주는 예다.

▲영화부터 독서까지 세이북스=백화점 세이 본관 지하 1층에 있던 세이북스가 세이투 5층 매장으로 리뉴얼 후 옮겨졌다. 지난 6월2일 정식 오픈하며 세이도 서점 열풍에 동참했다.

영화관, 푸드코너와 인접한 주요층으로 소비자와 친밀하게 스킨십을 하겠다는 리뉴얼 의도가 숨어 있다.

세이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동선에 맞춰 서점을 지하에서 상위층으로 이동 시켰다. 영화와 서적, 문화센터 등 다양한 분야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가겠다”고 강조했다.

▲교통문화의 중심 터미널 영풍문고=복합터미널 영풍문고는 2011년 오픈했다. 터미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고속버스를 타고 내리는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소다. 또 위층에 영화관이 있어 대기시간에 짬을 내서 구경하는 고객들이 많다. 대전역과 유사하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책 판매율도 높다.

2016년 기준 전국 오프라인 서점 신설매장은 총 38곳이다. 교보문고가 13곳으로 가장 많고, 영풍문고 7곳, 알라딘 13곳 등이다.

오프라인 서점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다.

경제전문가는 “오프라인 서점은 작년부터 대규모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당장 책 소비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미비하지만, 소통과 문화가 이뤄지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소비층의 니즈를 꿰뚫는 서점의 판매전략과 마케팅이 향후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해미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