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타 키나발루 시내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인 블루모스크(kota kinabalu city mosque). 구름이 낀 파란 하늘과 블루모스크의 컬래버레이션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 하다. |
여행을 떠나기 전 해당 지역을 알아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특히 해외라면 더욱 그렇다. 그 나라의 현지 물가는 저렴한 지, 어떠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지, 어떤 종교를 믿으며 무슨 음식이 맛있는 지, 숙소와 전통시장 등 관광지의 동선은 어떤 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흥미롭기 그지없다.
필자 역시 대전ㆍ세종ㆍ충남기자협회 해외세미나에 앞서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적여 봤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 뜨거운 태양과 하늘이 아름다운 적도의 나라, 영원의 안식처 ‘코타 키나발루’. 이 곳은 동말레이시아 북쪽 끝에 위치한 사바주의 항구도시다. 우리에게는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는 이곳은 도시라는 뜻의 ‘코타(kota)’와 동남아시아의 최고봉 ‘키나발루(kinabalu)’산을 함께 불러 유래된 지명이다. 자! 이제부터 코타 키나발루로 떠나보자.
‘휴양의 도시’ 코타 키나발루
인천국제공항에서 5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코타 키나발루 국제공항. 새벽이지만 습한 동남아지역 특유의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아! 내가 말레이시아에 왔구나.”
생각보다 훌륭한 현지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치자마자 현지유심으로 교환하기 위해 이동했다. 출구 양쪽으로 현지 이동통신업체 부스가 보인다. 필자는 현지 이동통신사 중 ‘핫링크’를 이용했다. 새벽임에도 직원들이 친절하게 반겨줬다. 7일 정액권 데이터 11.4GB에 미화 8달러, 현지화폐 25링깃(2017년 5월 기준) 수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7000~9000원으로 국내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해외로밍 서비스’ 보다 훨씬 저렴했다. 실제로 나흘간 머무르면서 사용해 본 결과 절반도 못썼다. 함께 간 벗님이 있다면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해 같이 사용하는 것도 가격적인 면에서 절감 요소.
이후 기자협회에서 미리 예약한 더 퍼시픽 수트라 리조트로 이동했다. 조금은 오래된 건물이이지만 시설과 서비스만큼은 최고였다. 전자파로 된 벌레 기피 장치가 돼 있는지 사흘간 묵으면서 모기 한 마리 못 봤다.
이날 당일엔 새벽이라 제대로 구경 못했는데 넒은 골프라운지와 해안가가 인접해 있어 해가 떨어질 땐 저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장관이다. 리조트 내에 꽤나 넓고 얉은 풀(pool)이 조성돼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추천하고 싶다. 풀 중앙에 음료나 주류 등을 판매하는 바가 있어 수영중에도 쉬어가며 즐길 수 있다. 단, 가격은‘호텔가격’이다.
▲ 코타 키나발루 탄중아루 비치를 붉게 물들인 석양. |
‘세계 3대 석양’ 탄중아루 비치
둘째 날 세미나 일정을 마치고 오후 6시쯤 선셋 비치로 유명한 탄중아루 비치로 이동했다. 호텔과는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
코타 키나발루는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선셋이 일품이다. 신이 허락해야만 볼 수 있다는 완전히 붉게 물든 노을은 못 봤지만 이 정도 하늘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선셋이 시작되자 해변 곳곳에서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광객들이 많아져 사진을 찍으려다가 서로 못 본채 부딪히기도 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 현지 불교사원에 방문한 기자가 향을 올려보고 있다. |
꼭 가야만 하는 블루모스크
마지막 날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이슬람 사원인 블루모스크를 찾았다. 잔잔한 호수 위에 지어진 이 사원에 다가 갈수록 웅장한 위용에 압도당했다. 다만, 신도만 입장을 허락해 내부를 구경할 수는 없었다. 무슬림들은 죽기 전에 한번은 성지순례를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고 한다. 이 사원은 그들의 성지인 메카로 향하는 비용과 시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에 가지 못하는 일반 신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가 국교지만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고 있어 돌아다니다 보면 불교 사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어 방문한 불교 사원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첫 관문에 호법신(神)인 사천왕이 지키고 있었고, 사원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대웅전에 한 현지인이 부처님께 재시(財施.남에게 재물을 베풂) 공양을 올리고 있었다. 약간의 줄을 기다려 필자도 현지식으로 향을 올려보았다. 부처님! 맨발 차림이어서 죄송합니다.
▲ 호텔에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면 조그맣게 녹색 화살표 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다. 비상구 방향을 잘못 붙인 줄 알았는데 호텔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무슬림들이 절하는 방향을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
ps. 축복 받은 땅 말레이시아
한국인들에게 동남아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라는 색안경을 낀다.
필자 역시 그런 생각으로 갔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관광지 특수까지 겹쳐 몇몇 종목(?)은 오히려 비싼 것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술인데 말레이시아는 자국민 60% 가량이 술을 마시지 않는 무슬림이기 때문에 세금을 더 붙여 한국보다 약간 비싼 편이다. 담배 가격은 17링깃(한화 4450원 수준)으로 비슷했다. 풍문으로 들은 바로는 필리핀 출신 가정부가 대부분인데, 월 30만원이면 고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권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다. 석유가 나오는 산유국인데다가 천연 라텍스의 주원료인 고무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고, 광물인 주석 매장량도 풍부하다. 게다가 사방으로 펼쳐진 넓은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까지 더하면 자원은 상상초월이다. 이 덕분에 국민들은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을 경우 의료비가 1링깃(한화 약 270원) 수준이고, 환자가 원한다면 해외의료비까지 국비로 전액 지원된다. 추운 겨울이 없는 따뜻한 날씨까지, 축복받은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근심 걱정없이 살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국민들이 부러운 여행이었다.
코타 키나발루=김흥수 기자 tinet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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