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랜돌프 칼데콧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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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랜돌프 칼데콧 스케치

  • 승인 2017-06-07 10:34
  • 신문게재 2017-06-09 11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칼데콧 컬렉션 2 / 랜돌프 칼데콧 지음/ 종욱 옮김/ 아일랜드

영국작가 랜돌프 칼데콧 (Randolph Caldecott, 1846~1886)은 우리에게 19세기 그림책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당대 문호들의 시와 희극, 영국 전래 동요, 옛 이야기 등을 그림책으로 옮겼고, ‘피터 래빗’ 시리즈로 유명한 베이트릭스 포터 등 후배 그림책 작가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또한 그의 작품은 ‘영국 3대 그림책의 거장’으로 불리는 월터 크레인(신비로운 구도와 화려한 색채의 그림을 실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등), 케이트 그린어웨이(독일의 유명한 전설을 재구성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등)의 그림책과는 달리, 한 두 문장의 글을 첨가한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전개되는 등 글과 그림이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데 서로 보조를 맞춰가며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 둘 다 비중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그림책의 형식이 만들어진 ‘그림책의 기본서’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아동문학사에서 현대 그림책의 시작으로 칼데콧의 그림책이 인정되었고 미국도서관협회에서는 그의 업적을 기려 1938년 ‘칼데콧상’을 만들어 해마다 잘된 그림책에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소개할 ‘칼데콧 컬렉션 2’권에서는 그림책 작가로써만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성공한 칼데콧을 그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칼데콧은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서 요양을 위해 고국인 영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모나코 등 유럽 각지의 이름난 휴양지를 두루 여행했는데 여행할 때마다 여행지의 풍경과 그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와 함께 그려내 주간지인 <그래픽>에 연재했다. ‘칼데콧 컬렉션 2’권은 <그래픽>지에 연재한 작품들을 수록한 책으로 1888년 한정판으로 낸 ‘랜돌프 칼데콧 그래픽 연재작 전집, The Complete Collection of Randolph Caldecott’s Contributions to THE GRAPHIC’을 옮긴 것이다.

칼데콧은 당대의 시대적 단면들을 재치있고 날카롭게 포착한 일러스트레이터였으며 그가 직접 쓴 삽화를 설명한 그의 글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림은 펜을 사용해 그렸으며 이야기에 따라 적절하게 농도를 맞춰 채색이 되었다. 그림들은 설명하려는 내용이 잘 나타날 수 있게 꽤 자세히 그렸다.

유럽 각지의 풍경은 글과 그림만으로도 그 곳의 풍광이 느껴지는 듯 하고, 이야기는 사실적이고 덤덤하며 때론 익살스럽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삽화가 일러스트레이션 초기의 작품이므로 지금과는 비교 될 수 밖엔 없으나 그만큼 생동감 있고 상황에 대한 표현력이 뛰어나고 할 수 있다. 작품은 ‘트루빌 해변 스케치’ 등 총 27편이며 잔잔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그의 작품 중 ‘탱커빌 스미스 씨는 어떻게 시골집을 얻게 되었는가’<1883년 6월>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픽>지에 실린 칼데콧의 작품은 성인 독자에게 사랑받는‘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칼데콧은 안정적인 집안에 태어났으며 학창시절 늘 모범생이었고 졸업 후에는 은행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중 어릴 때부터 가져온 그의 누를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혀 미술아카데미에 등록해 실력을 쌓는 등 끈을 놓지 않고 그의 예술가로써의 앞길을 열어갔고 또 해냈다. 무엇엔가 성공하는 사람은 그의 인생 자체도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타고난 재능이기도 했지만 그의 노력 덕분에 우린 멋진 칼데콧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칼데콧의 삶을 통해 좋아하는 무언가가 내 일상이 되고 생활이 된다면 그 것 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품위 있게 사는 것이 어떤 모습 인가에 대해서도 그의 작품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작품 안에는 시대적으로도 그랬지만 가족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배경이 된다. 많은 것에 있어 발달된 지금보다도 풍요롭게 그려져 있고 더 인간다운 삶을 누렸을 것 같으며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칼데콧의 작품 안에는 참으로 이상적인 생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칼데콧의 작품들은 19세기에 만들어 졌는데 그 중에는 기차로 그려져야 할 것을 마차로, 의상과 헤어 등에서는 이전 세기의 모습으로 분해 그린 작품도 있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친 그 때의 모습을 사랑하는 칼데콧의 취향이기도 하며 그 낭만적이고도 화려했던 시절의 모습을 그의 스케치를 통해 상상해 볼 수 있다. 칼데콧의 그런 고상한 취향으로 그의 그림이 더욱 사랑 받았을 것 같다.

이 책을 열어본다면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칼데콧을 느낄 수 있으며 품위 있는 인생으로 이끄는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강신정(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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