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헌 기자 |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았다. 영화에 등장한 문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에게서 적지 않은 교훈과 지혜를 얻었을 것이라 짐작케 한다. 앞으로 어떻게 국민 대다수의 희망을 녹여내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를 하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칭해준 또 다른 ‘동업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얼마 전 ‘미국 구상’을 끝냈다. 투자유치라는 도정 수행을 위해 외국 순방길에 올랐지만, 대선 경선 이후 단순히 도지사의 행보로 받아들이기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안 지사에게는‘동업자 바보 노무현’이 어떻게 반면교사로 작동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2000년 당선이 확실시 되는 정치 일번지 종로를 마다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동서화합’을 외쳤던 노 전 대통령. ‘공정한 민주주의’와 불의에 맞서는 것이라면 타협 보다는 맞서 싸움을 선택했던 ‘청문회 스타’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 편에 서고자 했던 대통령은 많은 이들의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듯 하다.
반면, 굳이 저렇게까지 직접 대통령이 해야 하나. 저 정도는 참모들한테 맡겨도 되지 않을까. 왜 굳이 분란을 일으킬까. 여러 아쉬움의 기억들이 실제 그의 임기 내내 마음을 혼란스럽께 한 경험이 있다. 영화 중간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왜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고, 그것으로 대통령까지 됐으면서도 ‘콤플렉스’로 여겼어야만 했을까하는 아쉬움은 안타까움과 각오로 승화됐을 법 하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의 드라마’를 다시 쓰려 했던 안 지사는 ‘태풍’에 미치지 못하고 ‘돌풍’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노무현에게 있었던 ‘뭔가’를 문 대통령은 가진 것이고, 안 지사는 아직 얻지 못한 것이다. 안지사가 앞으로 자신의 책 제목처럼 ‘담금질’을 통해 얻어내야할 그 무엇이기도 하다. 바보 노무현도 처음에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정치 여정에는 고난과 감동이 있었다.
안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3선 도지사에 도전하느냐, 재보선을 통한 정치적 용틀임을 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을 맞이했다. 3선 도지사 도전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고, 그 자신도 변화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결국 남은 것은 재보선에 도전하는 것인데, 그의 재보선 도전 지역이 충청이 될지, 서울 한복판이 될지가 주목되고 있다. 제2의 노무현을 꿈꾼다면, 그의 가치를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보수표심이 강한 지역에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주변 참모들이 보기엔 쓸데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꼭 노 전 대통령이 안전한 종로를 버리고 부산을 택했던 경우와 오버랩된다.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노무현입니다”를 외치며 시민에게 다가간 그의 모습은 결국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꼭 위험을 택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가치다. 안희정의 가치를 잘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이면 된다. 재보선 지역은 지방선거 출마자로 인해 넘쳐날 것이다. 충청이 될 수도 있고, 서울이 될 수도 있고 그 외의 지역이 될 수 도 있다. 안희정의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국가안보와 국민 살림살이는 어떻게 돌봐야 할지, 진정한 고민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끊임없이 담금질 하고 다시 시작해야하는 시간이다. 자기관리에 더 철저해야 하고, 항상 국민을 중심에 놓고 결정해야 한다.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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