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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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인류의 고민을 풀어줄 대안으로 떠오른 해결사가 ‘스마트팜(smart farm)’이다. ‘스마트팜‘은 공장이나 온실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층의 재배대에 농작물을 심은 뒤 최적화된 온도와 습도, 조명이나 햇볕량, 이산화탄소 농도를 제공하여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농산물을 생산한다. 또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육환경을 점검하고,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 관리도 가능한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첨단 융합산업이다. 하지만 이는 스마트센서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가능하다. 과거 전통 방식의 농업이 농촌지역에서만 경작 가능한 저부가가치 산업이었다면, 스마트팜은 도시에서도 할 수 있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산업으로 발돋음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나는 반도체 공장처럼 대규모 크린룸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것으로 네덜란드, 일본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선진국가다. 다른 하나는 컨테이너 안에서 여러 층의 식물 재배대를 세워 작물을 기르는 방식으로 미국이 대표적인 국가다. 컨테이너 재배는 작은 공간에서 작물을 기를 수 있어 상대적으로 관리비가 적게 들고, 사막이나 극지에도 설치할 수 있다. 고층빌딩 옥상 등 도심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고 컨테이너를 늘려가며 모듈처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팜은 가장 뜨거운 사회문제로 대두된 미세먼지 해결형 사업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곳곳에 초고층 스마트팜을 지어 온실가스 흡수력이 높은 나무를 대량으로 기르는 ‘수직숲(vertical forest)’ 도시를 조성하면, 이산화탄소를 보다 빠르게 제거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싱가포르는 작년 세계 식량안보지수 평가에서 미국, 아일랜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식량안보지수는 식량 구입 비용, 유용성, 품질 및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지표로 그만큼 효율적인 농업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토 면적이 서울보다 조금 크며 인구가 약 55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식량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2008년 세계적인 식량 가격폭등 위기를 겪은 싱가포르는 최근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팜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 외에도 유럽 최고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스마트팜을 보편화하고 있고, 미국은 지구촌 인구 100억명이 섭취할 수 있는 육류 생산을 위한 인조고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스마트팜 모듈의 산업화를 통한 해외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직농장과 결합한 스마트팜은 미래 인류의 배고픔과 지구환경 파괴 문제를 해결할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스마트팜에서 쌀과 밀과 같은 곡물 재배를 하게 되면 토지 보호와 물 절약은 물론,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되므로 각종 지구환경 파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나 가뭄 등 자연재해로 고민하지 않아도 됨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장기적인 안목으로는 스마트팜은 외부 자원의 도움이나 사용 없이 온전히 내부의 물과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운영하여, 지구를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원하는 만큼의 동식물을 길러내는 방식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스마트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순차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석유화학단지, 제철소나 발전소의 풍부한 잉여에너지를 활용한 ‘제로 에너지’ 스마트팜 구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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