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초자발모(楚子發母)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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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초자발모(楚子發母)의 교훈

-초나라 장수 자발의 어머니에 얽힌 교훈-

  • 승인 2017-06-05 09:23
  • 김용복 극작가김용복 극작가
자발의 어머니 자식의 교만을 나무랐네.
장군은 도정한 곡식, 병사는 콩과 거친 밥을 먹었으니,
예가 없고서는 사람을 얻을 수 없음을 책망하였네.
군자가 이를 아름답게 여겨 모덕(母德)에 배열시켰도다.
[子發之母 刺子驕泰 將軍稻粱 士卒菽粒
責以無禮 不得人力 君子憙焉 編于母德]
-열녀전 -


초나라 장수인 자발(子發)의 어머니를 칭송하는 시(詩)이다.

자발이 진(秦)나라를 공격하던 중에 군량이 떨어졌다. 사람을 보내어 왕에게 구원을 청하게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어머니에게 안부를 드리게 하였다.

자발의 어머니가 문안 온 심부름꾼에게 물었다.

어머니: 병사들은 무엇을 먹고 지내는가?
병사: 병사들은 콩과 거친 현미밥을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어머니: 그래? 그러면 내 아들 자발은 무엇을 먹고 있는가?
병사: 장군께선 아침 저녁으로 고기와 도정된 쌀밥으로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자발은 진나라를 격파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자발의 어머니는 문을 굳게 닫고 아들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꾸짖었다.

어머니: 너는 듣지 못했느냐? 월왕 구천이 오나라를 칠 때 손님이 진한 술 한 병을 주자, 사람을 시켜 강의 상류에 붓게 하고 하류에서 병사들이 마시게 하였다. 비록 그 맛은 없었지만 병사들이 전장에서 싸우는 데 힘이 다섯 배나 불어났다.

자발: 예, 어머니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알고 있었다? 그럼 이것도 알고 있었느냐?

자발: 무엇인데요 어머니.

어머니: 월왕 구천이 또 다른 어느 날에 말린 양식 한 자루를 받게 되자 월왕은 이것도 군사에게 주며 나누어 먹게 하였다. 감미로운 맛이 목구멍도 채우지 못하는 적은 양이지만 전쟁터의 병사에게는 열 배의 효과를 발휘하였다.

자발: 예, 어머니 그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수가 먹는 밥과 졸개가 먹는 밥은 같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 뭣이라 이놈이 주둥이는 살아서 어미에게 장수와 졸개의 처지를 논하느냐? 지금 너는 장수이면서 병사들에게는 콩과 거친 밥을 나누어 먹게 하고, 너는 조석으로 고기와 쌀밥을 먹었다니 에라 이 갑남을녀만도 못한 놈.

자발: ……?

어머니: 시경(詩經)에 말한 것을 벌써 잊었느냐? 악(樂)을 즐기는 데 도를 넘지 않는다면 위정자들이 편안하다고 한 것을……. 이 말은 자신을 낮추고 화합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말로만 자신을 낮추고 ‘우리 모두 함께’ 라고 화합을 하겠다고 떠들어 댄다면 어느 백성이 따라 오겠느냐?

자발: 예 어머니, 그 말씀이 옳은 말씀이네요.

어머니: 다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은 그 위에서 편안히 즐겼다는 것은 비록 승리를 거두었다 하나 그 방법은 틀린 것이다.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니 내 집에 들어올 수 없다. 썩 꺼져라.

자발은 효자다. 어머니 말씀에 머리를 조아려 사죄했다. 늙은 어머니가 뭘 아느냐고 항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위정자들.
탈세에, 위장 전입에, 부동산 투기에 잡범(雜犯)들이 하는 짓을 앞 다투어 법을 어겼다.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쳤다.

자, 자발의 어머니. 한 마디 해주세요.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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