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저출산 고령화와 마을 공동체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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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저출산 고령화와 마을 공동체 회복

  • 승인 2017-06-04 12:10
  • 신문게재 2017-06-05 23면
  • 박윤옥 전 국회의원박윤옥 전 국회의원
▲ 박윤옥 전 국회의원
▲ 박윤옥 전 국회의원
일본 중부 외곽의 작은 마을 후쿠이 현은 일본에서 가장 행복한 마을로 꼽힌다. 일본 내 초, 중학교 학력평가 1위, 정규직 사원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인구 10만 명당 서점 수 1위, 노동자 가구 실수입 1위. 지난 10년간 행복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후쿠이 현의 성공 비결은 지역과 청년에 있었다.

2002년 취임한 모리 마사시 시장은 취임 직후 미래계획 수립 팀을 꾸렸다. 성장시대의 정책에 익숙한 간부들은 제외하고, 저성장 시대를 책임질 젊은 직원들이 그 팀의 중심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정책이 걸어서 20분 안에 모든 의식주를 해결하는 콤팩트 시티. 도심에 슈퍼마켓과 병원을 유치하고 도심으로 이주해오는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젊은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했고 8년 사이 인구는 1만 7700여명이 늘었다.

성장 시대에 도시를 확장해 조성한 신도시 베드타운이 인구 감소로 유령도시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구도심에 집중한 후쿠이 현의 정책은 주민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 중 하나는 의료비 재정 부담과 노인 고독 등 사회문제이다. 고령화로 인한 고민이 깊어지던 도야마 시는 그 해법으로 ‘손자와 외출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박물관, 과학관, 동물원, 테마파크 등 문화시설에 손자나 증손자를 데려올 경우 무료로 입장하는 정책이다. 손자와 산책하는 정책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왔다. 손자와 함께 하는 바깥활동은 고령자의 심신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 의료비를 절감하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손자와 함께 나들이를 나선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인해 레스토랑, 쇼핑몰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손자와 외출 지원정책은 고령자의 건강을 살펴주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고 손자와 조부모 세대의 교류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돗토리 현에서 매달 19일은 육아의 날이다. 주민 모두 집, 마을, 직장에서 육아를 우선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육아의 날에는 직장의 정시 퇴근, 마을의 육아동아리 행사 등이 이루어진다. 육아의 날 제정에는 ‘육아왕국 돗토리’를 표방한 돗토리 현의 저출산 극복의지가 담겨있다. 돗토리 현에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산간지역 보육원과 유치원 비용을 전면 무상화했다. 또한 가정 소득에 관계없이 셋째아 이후의 보육료는 면제하고 고등학생 이하 자녀의 의료비 지원도 확대해서 입원비 하루 1200엔, 통원치료비가 530엔을 넘으면 지자체가 전액 부담한다. 이런 노력으로 작년 돗토리 현의 출산율은 1.69로 일본 합계출산율인 1.46을 훌쩍 넘어섰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중소 규모 자족도시 조성과 출산 육아 지원이다.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농어촌 지역에 기반 시설을 유지한다는 것을 비효율적으로 치부하다보면 농촌의 인구 이탈을 막을 수 없다. 도시와 농촌 어느 공간에서 생활하더라도 교육과 의료 등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는 물론 문화까지 누릴 수 있는 콤팩트 시티에 일본은 집중하고 있다.

출산 육아 지원의 핵심은 고용 안정이다. 비정규직이어도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베 신조 총리의 ‘1억 총활약 사회’ 구상의 중심이다.

지방의 인구유출은 우리나라에도 진행 중인 미래이다. 지난 10년(2005~2015)동안 전국 266개 시·군·구 가운데 인구가 순감소한 지역은 절반이 넘는 130곳에 이른다. 이들이 지방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이 떠나 인구가 줄어든 지방은 교육, 문화, 의료 시설 등 인프라가 사라지고 지방 소멸의 위기에 당면한다. 고향을 떠난 청년들은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 속에서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며 고통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인구 유입 정책으로 대기업 유치나 개발 사업, 관광지 조성 등을 추진해왔지만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성장 위주의 도시 정책으로는 지방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십여 년의 경험에서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인구규모에 맞게 도시를 조정하고 공공서비스를 배치하며 지역 공동체 안에서 먼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마을과 청년, 그리고 나라를 살리는 시작일 것이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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