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대전 SK전에서 85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한 후 이상군 감독대행으로 부터 꽃다발을 받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김태균 선수 모습 = 한화이글스 제공 |
뛰어난 선구안과 안정된 타격자세, 성실함이 만든 대기록
“1루는 훔칠 수 없다.”
한화 이글스 4번 타자 김태균(35)은 지난 2일 85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한·미·일 출루 기록에 새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해 8월 7일 NC전을 시작으로 매 경기 1루 베이스를 밟은 김태균은 6월 3일까지 연속 출루 기록을 86경기로 늘렸다.
김태균은 미국 메이저리그 최다출루 기록 보유자인 ‘전설의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넘어섰다. 윌리엄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1949년 7월1일부터 9월27일까지 84경기 연속으로 출루했다.
이미 국내 기록을 일찌감치 경신했다. 4월 22일 KT전에서는 64경기 연속 출루하며 롯데에서 뛰었던 펠릭스 호세(63경기)를 뛰어넘었다. 이어 5월 16일 넥센전에서는 일본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가 오릭스 시절 기록한 69경기 연속출루를 넘어섰다.
이제 김태균은 린즈성이 대만프로야구에서 2015년 6월20일부터 2016년 6월14일까지 이어간 세계기록 109경기 연속출루에 도전한다.
85경기 연속 출루를 기간으로 따지면 정확히 300일이다. 이 기간 김태균은 380타석에서 타율 3할9푼9리(321타수 128안타) 53볼넷 3사구 20홈런 출루율 4할8푼4리를 기록했다. 볼넷 53개에는 고의4구가 7개 포함됐다. 안타를 치지 못한 13경기에도 사사구로 출루했다.
85경기 동안 41차례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성했고, 두 차례 이상 출루한 경기는 무려 56번이었다.
홈플레이트에서 1루까지의 거리는 27.432m다. 1루 까지 안전하게 나가야 팀이 득점 기회를 얻게 된다. 1995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투수 코치 레오 마조니는 “1루는 훔칠 수 없다”고 말했다. 상대가 아무리 발이 빨라도 1루 출루를 해야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갈수록 출루율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김태균은 현재 KBO 무대에서 출루를 가장 잘하는 선수다. 공을 치던, 볼넷을 얻어내던, 몸에 맞던 어떻게든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다. 통산 출루율은 4할3푼1리로, 열번 타석에 서면 네번 이상은 1루에 출루하고 있다.
김태균의 연속 출루 기록은 탁월한 선구안과 안정적인 타격자세에서 나온다. 김태균은 KBO리그에서 가장 좋은 선구안을 가진 선수 중 한 명이다. 나쁜 볼에 공이 잘 나가지 않는다.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냈다. 김태균은 타격할 때 레그킥(앞다리를 들었다 놓는 것)을 하지 않는다. 앞다리를 고정해 놓고 공을 최대한 끝까지 보고 타격을 한다.
김태균은 느린 발에도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연속출루 기록을 가진 이치로와 큰 비교가 된다. 발이 느리면 내야안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확실하게 공을 쳐 내야만 안타를 칠 수 있다.
또한, 김태균은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타석을 설 기회도 테이블세터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김태균의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은 ‘성실함’의 상징이다.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타격감이 주춤하자 김태균은 스스로 특타 훈련을 자처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부상으로 팀을 떠났을 때도 타격감을 위해 배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도 한몫했다. 김태균은 “개인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늘 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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