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 머언 출발, 시작부터 어려운 숙제

[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 머언 출발, 시작부터 어려운 숙제

1. 남영(南寧)시 성 정부 문화국장을 찾아 작가신분증이 없다는 말에 분위기 냉랭…

  • 승인 2017-06-02 11:02
  • 김인환 시인김인환 시인
‘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의 필자인 김인환 시인은 2001년부터 15년 간 중국에 체류했다. 그 중 약 5년 간 소수민족을 취재, 탐방길에 올랐으며 교통사고로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세 번이나 노상 강도를 만나 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등의 힘든 여정을 겪었으며 끈질긴 여인들의 유혹과 함께 재밌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소수민족촌에서 짧게는 43일, 길게는 2개월 간 같이 생활하며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생생하게 그린 한국 최초의 생생 다큐멘터리임을 밝혀둔다. ‘중국 소수민족 취재탐방기’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된다. <편집자 주>

▲ 중국 타이족 소녀들의 예쁜 모습
▲ 중국 타이족 소녀들의 예쁜 모습


나는 지금 쫭족 자치구(狀族自治久)의 성도(省都)인 남영시를 가기 위해 광동성 혜주시에서 시외버스를 탔다. 오전 11시에 출발한 이 버스는 하루 종일 달리고 또 밤새 달려서 내일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남영시에 도착한다. 무척 추운 한겨울 날씨였다. 2층 버스는 만석이었는데 승객 한 사람마다 이불이 하나씩 있어서 모두들 누운 채 그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몸을 녹이고 있었다. 언제 빨았는지도 모르는 누더기 같은 시커먼 이불.

나 역시 처음엔 덮지 않으려고 한 쪽으로 밀쳐 놓았었지만 나중엔 너무 추워 할 수 없이 슬그머니 끌어다가 몸을 덮었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처음엔 욕지기가 치밀어 올라왔지만 억지로 참고 있어야만 했다. 내가 남영시를 찾아 가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다. 중국에는 한족을 포함해 모두 56개의 민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광동성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쫭시(廣西) 성이고, 광서성의 성도가 남영시이기 때문이다. 광서성엔 쫭족을 비롯해 10여 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먼저 성 정부를 찾아가 어디에 어느 민족이 살고 있는지 물어 보아야 하고 또 안내를 받기 위해서 였다. 예정보다 두 시간이 늦은 12시에야 도착한 남영시 버스 종점.

먼저 숙소를 정하고 간단히 점심부터 챙겼다. 식당 주인에게 남영시 정부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서 위치를 알게 되었다.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남영시 정부에 도착했다.

먼저 남영시 정부 문화국을 찾았다. 3층에 있는 문화국 국장실을 노크하니까 문이 열리면서 커다란 방이 나오고 남녀 두 사람이 보였다. 뒤에 알고보니 이들은 문화국장 비서들이었다. 무슨 일로 왔느냐기에, 나는 한국에서 온 작가다. 문화국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니까, 정말 한국 사람이냐고 재차 묻더니 기다려 보라면서 국장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국장실 문이 열리면서 40대 중반의 당당한 체구의 사나이가 밖으로 나왔는데 인상이 좋아보인다.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에서 오셨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나는 먼저 방문이유를 밝혔다. 나는 한국 작가로서 쫭족자치구에 있는 소수민족을 취재하러 왔다.

그런데 소수민족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몰라서 안내를 받았으면 해서 왔다고 하니까, 어찌하여 무엇 때문에 소수민족 취재를 하러느냐고 묻는다.

▲ 중국 광서 쫭족자치구 로성현 소린린 모습/사진=김인환
▲ 중국 광서 쫭족자치구 로성현 소린린 모습/사진=김인환


나는 소수민족들마다 고유한 민속과 아름다운 풍습, 습관 등이 있다고 들었다. 이를 취재하여 한국에 소개하면 많은 한국인들이 관광차 올 것이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정말 좋은 생각이라면서 국장은 크게 기뻐한다.

온 얼굴에 활짝 웃음꽃을 피우던 문화국장은 돌연히 나에게 누구의 추천서나 소개서 같은 것을 가져왔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런것은 없고 내 신분은 이 것 하나면 되지 않느냐며 여권을 내보여 주었다. 국장은 그런것 말고 한국작가라고 했는데, 작가 신분증은 없느냐고 묻는다

한국에는 작가 신분증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자 순간적으로 싸늘한 얼굴로 변하는 국장. 잠시후 그는 바쁜일이 좀 있다면서 서둘러 밖으로 나가 버린다.

뒤따라 비서가 들어오더니 대뜸 “돌아가세요.”라며 문 쪽을 가리킨다. 나는 버티고 서서 내가 너희들 국장을 만나러 온 것은 쫭족자치구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위치를 알고 싶어서인데 좀 도와줄 수 없느냐고 하니까,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방문까지 열어주면서 돌아가라고 한다.

당혹스럽다. 추천서나, 소개서, 작가 신분증이 없다고 해서 방을 빠져나가는 국장이 섭섭하기만 하다. 그러나 오늘은 어렵다 치고 내일 다시 한 번 더 와 보리라 생각하며 돌아왔다. 이튿날은 오전 10시 쯤 다시 문화국장실을 찾았다. 비서들은 무시하고 곧장 국장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런데 국장은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서며 인사도 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밀치고 나가 버린다. 그리고 비서들 역시 방문을 열어 보이며 돌아가라는 표정이다. 숙소로 돌아와 퍼질러 앉았다.

이렇게 소수민족 취재는 오늘 첫 날부터 포기해야 되는 것인가! 중국의 공무원들은 반드시 추천서나 소개서 같은 걸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광저우(廣州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을 다녀와야겠다. 아무리 빨라도 4일, 5일은 걸리겠지. 맥없이 밖으로 나와 하루 종일 남영시를 이곳저곳 걸어다니며 구경에 나섰다.

저녁 늦게 숙소로 돌아오면서 나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내 배낭 속에는 내「6시집」이 한 권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 6시집」뒷 표지엔 내 얼굴 사진이 크게 인쇄돼 있어 이 시집을 들고 재 도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까짓것 이번에도 안되면 조금 멀더라도 한국총영사관에 다녀 오지 뭐. 다음 날은 오전 11시 경에 내 시집을 들고 다시 국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국장은 나를 보자마자 짜증스런 얼굴로 변한다.

그의 표정을 무시한 채 나는 내 시집을 흔들어 보이며 “이게 내 소개서다. 이 사진을 봐라. 내 얼굴이 아니냐?”라며 그의 책상 위에 시집을 올려 놓았다. 국장은 슬그머니 내 시집을 들더니 내 사진을 한 번 보고 또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이렇게 왔다 갔다 몇 번을 왕래하더니 “이 책이 선생이 쓴 책이냐?”고 묻는다. 그렇다니까, 한참 무슨 생각에 빠지는 눈치다. “나의 신분을 확인하려면 한국의 문인협회나 내가 근무하던 MBC 방송국에 전화를 해보면 될 거다.” 그리고는 수첩을 꺼내 전화번호를 메모해 주었다.

국장은 다시 또 한참이나 생각하더니 “내가 직접 전화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온다. 괜찮다고 하니까, 그는 거침없이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앗차! 내가 큰 실수를 하고 있구나. MBC는 내가 떠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르 흐른다.<다음 주에 계속>

김인환 시인


김인환 시인은 시집<님의 마음에:1968년> (비가 내리는 :1970년) (다시 한밤에 돌아와:1973년) (시음집:1978년:한국 최초의 음반시집) (바람의 노래:1992년) (저 높은 곳을 향하여:1998년) (낙엽이 되어보지 못한 그대는;2013년) 등의 시집과 방송칼럼집 (내일을 향하여), 시론집으로 (마두금을 어디서 찾나) 등이 있다. 1972년 부산 최초의 시 전문지를 발간한 바 있으며 MBC, KBS, 한국경제 등에서 30여 년 간 언론인으로 활약했다. 부산 크리스천 문인협회 회장, 중국 광동성 한인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국제 펜클럽,대전 펜클럽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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