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법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법

  • 승인 2017-05-31 10:51
  • 신문게재 2017-06-02 12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에밀


-에밀/장 자크 루소/돋을새김/2015-

여기 에밀이라는 어린이가 있다. 이 어린이는 시골에서 자라 자연 속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행복, 고통, 이기심과 자애심, 약속과 거짓말, 성교육, 도덕 등에 대해 교육받으며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가진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에밀이 소피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는 부분에 이르면 뭉클한 감동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치 자식같이 여겨질 만큼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쭉 지켜보았기 때문일까. 에밀과 소피가 자식을 낳으면, 에밀은 아이의 아버지이자 교사로서 자신이 받았던 좋은 교육을 그대로 전해줄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한 것으로 유명한 칸트가 루소의 ‘에밀’을 읽느라 산책을 잊어버렸을 정도라니, 나 역시 푹 빠져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만큼 이 책의 흡인력은 상당했다.

‘에밀’은 당대의 신관을 부정하는 서술로 인해 교황청으로부터 출간 금지 당하고, 유죄판결을 받을 정도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책이다.

에밀이라는 가상의 어린이를 제자로 삼아, 그의 유아기, 아동기, 소년기, 청년기 각각 시기에 맞는 교육을 수행하는 교육서이다.

출생에서 5세까지 ‘유아기’를 다룬 1장에서 루소 교육의 기본 방향을 알 수 있다. 루소는 성선설을 따르고 인간은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고 여겼다.

제2장은 5세에서 12세까지는 ‘아동기’다. 아동기의 큰 특징은 말을 배운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게 된 어린이는 잘 울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한 번씩 다칠 필요도 있다. 고통을 이겨냄으로써 얻는 것도 교육이기 때문이다. 말보다 경험을 통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밀’의 아동기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유치원부터 초등학생 시기다. 지인 중에 교사가 있는데 담당하고 있는 반의 학생들이 ‘고무줄뛰기’라는 놀이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체육시간에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방과 후에 3~5군데의 학원을 다니며 우리의 어린 시절과는 다른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시대의 학부모에게 ‘에밀’을 읽으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시험에 나올지도 몰라. 루소-에밀-성선설-전인교육, 이거 외워둬.’라고 할지도 모른다.

제3장은 12세에서 15세까지의 ‘소년기’는 어린이의 지성이 발달하는 시기로 공부와 관련된 교육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학습이 유용한가, 좋은 직업, 적성에 맞는 일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제4장은 ‘청년기’로 사춘기를 거쳐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한다. 개인의 인생관, 종교관이 형성되는 시기며, 바른 성교육을 받아 긍정적인 성(性) 관념이 생기도록 해야 하며, 결혼상대를 맞아들이는 일과 사회인으로서의 자질을 키워야 하는 시기다.

제5장에서는 에밀의 아내가 될 소피를 통해 여성관과 여성교육에 대해 기술했다.

‘에밀’은 단지 18세기의 교육만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21세기에도 어린이 자체를 존중한 루소의 교육관이 필요하다.

자연적으로 성장해야 할 어린이를 경쟁과 입시라는 먹이 속에 던져 놓고, 그러면서도 과도하게 보호하며 어린이들의 유년시절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루소의 교육관도 분명 문제와 모순이 있다. 정작 루소는 자신의 다섯 아이를 고아원에 보냈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므로 ‘에밀’에서 보여주는 교육방식에 대해 장점과 긍정적인 면을 잘 검토해 오늘날 교육에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김민정(유성구 구즉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아산소방서, '불조심 어린이 마당' 수상학교 시상
  5.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