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시대] 울림 있는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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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시대] 울림 있는 우정!

  • 승인 2017-05-31 08:31
  • 신문게재 2017-06-01 22면
  • 전광석(월드비전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전광석(월드비전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 전광석(월드비전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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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석(월드비전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선장 잃은 배처럼 갈 길을 잃고 헤매던 대한민국호가 선장이 승선하면서 ‘살맛나는 세상’을 향한 희망의 항해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우정을 새삼 조명하고 있다.

힘든 길, 좁은 길, 가시밭길을 함께 걸으며 ‘상식이 통하는 사회,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웃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일에 의기투합했던 두 분의 우정,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힘들어 할 때는 변호인으로, 그분의 뜻하지 않은 죽음 앞에서는 비통하리만큼 슬펐지만 의연한 모습을 보이곤 가슴으로 눈물 흘렸던 상주로서, 그리고 그분의 시대정신을 이제 이 땅에 펼쳐 친구의 미완성을 채우는 힘든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그 길을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의 우애에 이보다 더 감동과 울림을 주는 우정은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나에게는 친구하면 떠올리게 되는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오는 어릴 적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를 4km가 넘는 길을 걸어 다녔는데 이 친구는 여기서 2km는 더 걸어야 집이 있는 속칭 ‘골(골짜기)’로 명명된 말 그대로 첩첩산중 오두막집에 살았다. 이 친구 집에는 그 당시에는 ‘미친×’ 이라며 놀림 받고 돌팔매질 당하는 누나가 있었다. 이런 친구에게 나를 포함한 우리 동네 친구들과 선후배들은 그 친구가 우리 동네를 지날 때면 시비를 걸어 싸움을 부추기고 우리 동네를 때론 맨몸이나 맨발로 배회하는 누나를 골탕 먹이곤 했다. 한 번은 동네 친구들과 코피가 날 정도로 크게 싸우곤 어른들도 너무 무서워 밤이면 절대 가지 않는 그 ‘골’ 밤길 2km을 지치고 힘든 모습으로 걸어가는 친구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 보였다.

지금도 쓸쓸하게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골’로 사라진 그 친구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너무 가슴이 저릴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다. 직접 싸우거나 대놓고 놀리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의 어려움과 힘든 상황을 외면했던 나의 무정함과 방관자가 되어 그 친구에게 또 다른 아픔을 준 것에 대한 비겁함이 내 마음에 큰 빚으로 새겨져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았다. 이맘때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지 않고 희생하신 순국선열들에 대한 깊은 감사함과 함께 또 한 가지 밀려오는 나라간의 우정을 떠올리며 진정한 우애를 되뇌이게 된다. 그것은 오 천년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힘들고 처참했던 암흑의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던 6.25 전쟁 때 목숨을 마다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준 에티오피아 군인들의 우정이다. 막대한 희생을 겪으며 가평, 철의 삼각지대 일대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그들은 전쟁고아들을 위해 고아원을 후원하고 직접 운영까지 하는 사랑을 보였다. 그런 에티오피아가 지금 가난과 질병, 그리고 가뭄으로 너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에티오피아는 심각한 가뭄으로 무기 전쟁이 아닌 기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새삼 우리가 가장 힘들고 어려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지을 때 에티오피아 황제 근위대의 목숨까지 바친 우애가 머릿속에 맴돈다. 혈맹인 에티오피아에 우리의 진한 사랑을 보여 줄 때이다. 이 분들이 보여주신 67년 전 사랑을 후손인 우리가 당연히 발 벗고 나서 갚는 것이 인간됨의 도리라고 생각된다. 절체절명의 어려움 속에 있는 에티오피아를 외면하거나 방관하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친구의 모습이 아닐까?

아벨 보나르의 우정 글귀가 6.25 전쟁 67주년을 앞둔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참다운 벗은 좋은 때는 초대해야만 나타나고 어려울 때는 부르지 않아도 나타난다.”

전광석(월드비전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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