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 법인 유앤아이 소속의 전윤숙 변호사는 한화이글스의 모든 것을 꼼꼼히 챙기는 마니아다. |
감독 없이 가을 야구 가능할지 의문
저는 고향이 대전인 관계로 한화이글스의 전신인 빙그레이글스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다니면서 야구 보기를 좋아했던 야구팬입니다.
변호사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이 되면 평일 저녁에 직관(야구장에 가서 직접 관람)을 하거나 주말 경기 중 한 경기는 직관을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한화이글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1999년에 저는 고3이었는데,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도 뒷전으로 하고 경기를 챙겨보기 바빴던 기억도 납니다.
2013년에 한화이글스가 개막 최다 연패인 13연패를 했을 때는 정말 이제 한화 팬을 포기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화이글스는 지고 있던 경기도 끝까지 따라 붙어 결국 역전을 하는 스릴 넘치는 경기를 자주 해서 그 중독성이 상당하여 마약과 같다는 의미로 한화이글스팀을 마리화나에 빗대어 ‘마리한화’라고도 부를 만큼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매력이 넘치는 팀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전 김성근 한화이글스감독의 경질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사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팬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감독으로 오게 된 것이었고, 그동안 감독의 경기운영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감독을 믿어왔는데 시즌 중에 갑작스런 사퇴소식에 매우 많이 놀랐습니다.
제 직업이 변호사이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경질이면 해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프로야구 감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까? 구단에서 근로기준법에 맞게 해고통지는 제대로 한 것일까?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해고라면 무효 아닐까?’
경질 기사가 보도된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한화이글스구단 측에서는 ‘경질이 아니라 김감독이 지난 21일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 후 사의를 표명하여 구단이 숙고 끝에 23일 수용키로 하였다’는 내용으로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결국 구단 측에서는 구단이 감독을 해고하고 쫓아냈다는 논란을 남기느니 자발적으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다수의 사람들은 구단과의 불화로 감독을 쫓아냈다고 보는 듯합니다.
법적인 의미는 제쳐두고 저는 한화이글스 팬으로서 김성근 감독과의 결별 사태에 대해 ‘올 시즌은 감독 계약기간 마지막 해인데 끝까지 믿고 팀을 맡겼으면 어땠을까, 아니 이렇게 결별을 할 것이었으면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감독을 교체하는 것이 팀 안정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만남이 아름다웠던 만큼 헤어짐도 아름다울 수는 없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과연 한화이글스는 감독 없이 가을야구(포스트시즌 진출)를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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