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의 약속

  • 정치/행정
  • 국회/정당

[편집국에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의 약속

  • 승인 2017-05-29 17:21
  • 신문게재 2017-05-30 5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 정치부 송익준 기자
▲ 정치부 송익준 기자


제20대 총선 당시 옛 새누리당 후보들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상대는 대한민국, 계약 내용은 대한민국을 위한 5대 개혁과제 법안 발의였다.

5대 개혁과제로는 갑을개혁, 일자리규제개혁, 청년독립, 4050 자유학기제, 마더센터 등이었다.

이행일은 서명일로부터 1년 뒤인 올해 5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계약 불이행 조건도 명시했는데, “1년 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 형태로 반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계약엔 후보자 56명이 서명했고, 신문에 전면 광고까지 내며 공언했다.

이들은 광고에 ‘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붙였다.

자르는데 편리하고, 보관에 용이하도록 절취선까지 넣는 배려도 선보였다.

이런 노력에도 새누리당은 참패했다.

과반에 못 미치는 122석을 얻는데 그쳤고,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 직면했다.

계약 서명자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56명 가운데 31명만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선거 결과야 유권자 판단이니 과정은 제쳐두고, 계약 이행 상황이 궁금했다.

29일로 만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계약 이행률은 형편없었다.

5대 과제 중 ‘청년기본법’만 발의됐고, 나머지는 깜깜 무소식이다.

청년기본법 통과를 위해 애쓴 흔적도 찾기 힘들었다.

당장 ‘약속한대로 세비를 반납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의원 연봉은 약 1억3000만원으로, 이들이 세비를 반납하면 30억이 넘는 돈이 모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약속을 어길 공산이 커 보인다.

서로 ‘나 몰라라’ 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은 ‘새누리당 시절 일이고, 계약은 의원들이 한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의원들은 ‘당 차원 문제가 아니냐’며 발끈한다.

계약 서명자들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진 상황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당과 의원들의 나 몰라라 행태에 속 터지는 건 국민들이다.

이러다간 ‘샤이(shy·수줍은) 보수’가 아닌 ‘셰임(shame·부끄러운) 보수’가 늘어날 게 뻔하다.

19대 대선에서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에 24%라는 적지 않은 표를 줬다.

다른 후보가 싫거나 이념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한 표엔 ‘앞으로 잘 하라’는 경고의 뜻도 담겨있다.

보수는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내자’는 사상이다.

그리고 지켜야 할 것엔 국민들과의 약속도 당연히 포함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면 수구(守舊)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무엇을 잘못했고, 지켜야하는지 고민할 시점이다.

그 시작은 계약 불이행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행동이다.

국민과의 계약은 장난이 아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