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5월의 바람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5월의 바람

  • 승인 2017-05-29 16:15
  • 신문게재 2017-05-30 20면
  •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교수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교수
▲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교수
▲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날, 21일은 부부의날이다. 자식, 부모, 선생님, 배우자는 늘 가까이에 있어서 아껴주고 사랑해야 할 분 들이다. 이러한 분들을 그 동안 잘못 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앞으로는 더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날들이 모두 5월에 있다. 이것은 아마도 5월이 봄에 속하는 달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봄은 사랑이고, 어진 마음이기 때문이다. 봄은 연두빛 희망이고, 초목의 싹을 틔우고 만물을 두루 성장하게 만든다.

최근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교육개혁, 정치개혁, 검찰개혁, 노동개혁 등 여러 분야에서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개혁은 제도나 기구 등을 새롭게 고치는 것을 일컫는데 개혁의 목적은 부조리나 불합리를 개선하고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정의는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개혁의 목적은 가을을 닮았다. 왜냐하면 가을은 의로운 마음이며, 선악에 대한 구별심이기 때문이다. 가을은 알곡을 남기고 쭉정이는 떨어지게 만들며, 이로운 것은 남기고 해로운 것은 걸러낸다. 그러므로 개혁은 가을의 추상같은 서늘함을 필요로 한다.

개혁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지만 개혁의 과정은 사랑의 베풂이어야 한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을의 추상같은 정의로움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봄의 사랑을 통해 엮어가야 한다. 개혁의 과정 중에 마주치는 갈등과 반대를 치유하고 화합의 길로 이끌 수 있는 것은 봄의 사랑이다. 그래서 개혁의 과정은 봄을 닮아야 한다. 봄의 공손하고 온화함을 필요로 한다.

개혁의 방향은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 주역에서 손(損)괘는 아래를 더해서 위를 더해줌을 표현한다. 그것은 하층부를 이루는 민중의 것을 뺏어서 상층부를 이루는 지배층을 살찌우므로 결과적으로는 국가 전체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온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주역의 익(益)괘는 위를 덜어내어 아래를 더해줌을 표현한다. 그것은 상층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덜어내어 하층부를 이루고 있는 대중에게 더해주어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한없이 기쁘게 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이익이 됨을 강조하는 것이다. 개혁의 방향은 가지지 못한 자, 낮은 곳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

개혁의 속도는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개혁은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국민과 사회가 개혁의 속도에 견딜 수 있도록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봄의 사랑이 가을의 정의로 열매 맺기 위해서는 참음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개혁의 주체는 먼저 자기 혁신을 필요로 하다. 개혁 주체의 근본적인 자기 혁신이 전제되어야만 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개혁 주체는 자신의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의 삶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높고 견고한 도덕성과 화합하는 마음은 개혁의 주체가 가져야 할 기본 정신이다.

어설픈 개혁은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개혁의 실패는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고 통합 대신 반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개혁 반대 세력의 입지를 넓혀준다. 그러므로 일단 시작한 개혁은 반드시 성공으로 완성시켜야 한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물론 치밀한 전략과 높은 수준의 지식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이 지켜지는 개혁이다. 올바른 개혁을 통해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