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 출발이 매우 인상적이다. 행보 하나하나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역대 대통령들보다 신선하다. 국정농단 사태로 치러진 초유의 조기 대선, 인수위 운영마저 생략된 정권의 출발이다. 대통령 선거와 선거 결과 못지않게 선출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더 걱정되었던 터라 새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국민의 안도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는 이제 그 첫걸음을 떼고 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나 역대 정부 때마다 언론의 호들갑에 일희일비 할 일만은 아니다. 이제 좀 진득하게 기다려주자. 새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보기도 하자. 대통령을 모르는 척 좀 해주자.
인수 기간도 없이 시작한 정권으로서 임기 중 해야 할 국정과제를 확정짓고 국가의 백년대계, 그리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을 착수할 수 있도록 응원하며 지켜보자. 설령 하고자 하는 일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믿어보자. 매사에 국민 눈치 보며 결국엔 일의 본질을 잊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자. 대통령의 성공이 곧 국민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직후만 해도 과연 선거과정에서 극명하게 갈라진 국민정서를 통합하며 안정적 국정운영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컸었다.
게다가 어느 대통령이든 초기 국정장악을 위해 필요한 것은 개혁을 화두로 하는 조치가 필수적이기에, 효과적인 국정운영 출발에 대한 국민 불안은 가중될 상황이었다. 개혁과 통합이 공존하는 정치, 개혁을 위해 불가피한 적폐청산과 안정을 위한 통합과 대연정 협치는 공존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급해지면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의해 일의 본질을 잊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진보나 보수 모두 국가나 국민을 위하고자 하는 출발점은 같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념만 옳다고 주장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국론 분열은 재점화 가능성이 있다. 선거과정에서 분열이 심화된 현재의 국민정서라면 어느 정권도 제대로 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새 대통령의 소신 있는 국정운영을 기다려줘야 하는 이유다.
최근 위정자들은 국민 지지도만 보고 일하는 듯하다. 물론 그래야 한다. 하지만, 여론만 쳐다보며 국정운영을 하면 꼭 해야 할 일은 놓칠 수 있음이 문제다. 현실적으로 사드배치, 안보문제, 미·중·일 외교문제, 어느 것 하나 국민 모두의 지지를 받아가며 할 수는 없다. 전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일을 해야 한다지만, 대통령은 국민을 이해, 설득, 이해시켜서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국민이 당장엔 원치 않는다 해도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 시행해야 할 일도 많다.
새 대통령의 임기 5년은 짧지도 않지만 길지만도 않다. 하지만, 조급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국민도 열정과 욕심만 앞세워선 안 된다. 서둘러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신중히 검토해 순위를 정해 몇 가지 핵심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과제와 거센 저항이 있을 과제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제인 대통령은 역대 최대 차 득표 당선에도 과반에 미달하는 득표를 했다. 쉽게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이유다. 조급한 판단이나 무리한 설득과 추진은 출범 초기 의욕 넘치는 대통령에게는 무리수를 두게 하기 쉽다.
어디 그뿐인가. '허니문' 시기는 잠깐일 수 있다. 무소불위의 기득권 언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언론은 언제나 정권 속성에 따라 잣대를 달리하는 변신의 귀재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임기 내내 제대로 일할 수 없게 만든 요인들이다.
대통령만 바라보는 듯한 나라, 모든 잘못된 일의 원인과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려대는 나라, 정권 출범 후 그리 오래지 않아 예외 없이 대통령을 흔들어 온 나라, 그런 일들이 문제의식 없이 비교적 일상화된 나라. 이건 아니다.
우리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해보자.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이라는 본질만 바라보고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여론조사 결과나 국민 눈치만 살피다가 처음과는 달리 일의 본질에서 벗어나 버리는 일이 없도록, 대통령이 하는 일을 모르는 척 좀 해주자. 일도 생각도 이전의 방식대로 하면서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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