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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의 우리말 우리글] 제290강 언어의 기능(3)
♣언어의 여러 가지 기능에 대하여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7) 표현적 기능
사물에 대하여 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능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현실 세계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라든가 다른 섬세한 감정까지도 언어로 표현하게 되는데 이 기능은 말하는 사람의 사실적인 판단이나 듣는 사람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태도, 지시 대상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태도,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성 여부 등을 표현하며 또한 감정이나 정서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기능을 말하기도 하지요. 시에 사용되는 언어는 이 기능을 잘 보여 주는 예이며, 이러한 기능의 언어는 참과 거짓을 문제 삼을 수 없으므로, 논리적으로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습니다.
예) ▶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아즉’이나 ‘기둘리고 있을 테요’가 이에 해당합니다.)
8)언어의 사회적 기능(언어의 사회성)
언어의 사회성이란 언어는 그 사회 구성원 사이의 약속을 말합니다.
국어에서 ‘아버지’라고 하면 언중(言衆)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곧 알게 되지요. 이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정한 약속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정한 사람 중 누군가가 ‘아버지’를 ‘꼰대’라고 부른다거나, 다른 말로 부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혼란이 생기겠지요? 이것은 바로 언어의 사회성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기 때문에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요. 예를 한번 들어볼게요.
‘페터 빅셀’이란 작가가 쓴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소설 내용입니다.
주인공인 남자는 일상이 너무나 지루해서 자신의 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해, 사물의 이름을 자신이 정한 다른 단어로 바꿔 부르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침대’를 ‘사진’이라고 부르기로 결심해요. 그래서 “침대에 누울 거야”가 아닌, “사진에 누울 거야”라고 말을 하죠.
그런데 주인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의자를 ‘괘종시계’라고 부르고, 책상을 ‘양탄자’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아침에 ‘사진’을 떠나 옷을 입고, ‘괘종시계’에 앉아 일을 하는 것이지요.
언어의 사회성을 지키지 않은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결말을 보실까요.
“이 이야기는 슬프게 시작되어 슬프게 끝났다. 회색 외투를 걸친 이 늙은 남자가 이제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이보다 훨씬 더 나쁘게 된 것은 사람들이 이제는 그를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침묵했고, 자기 자신하고만 이야기했고, 인사조차 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소설의 결말이 아니라, 언어의 사회성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 말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김용복 한말글 사랑 한밭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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