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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문장은 깎을수록 좋다. 스커트는 짧을수록 보기좋고, 주례사는 간결할수록 듣기 좋다.
글 고치기는 대략 3가지로 나뉜다. 글 쪼갬질은 긴 단락을 자르고, 깎음질은 군살깎기, 쪼크림질은 뒤치기이다.
① 강도짓을 하는 나쁜 사람들이 그 피해자에게 손실을 가해자에게 처벌을 해주어야 한다. → 강도짓을 하는 가해자는 그 정도에 따라 처벌하라.
②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에 참여하고 이를 찬성 사람은 훗날 역사가 심판하리라. → 인명을 살상케하는 전쟁에 참여한 사람은 훗날 전범으로 평가된다.
③ 우리나라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사대주의에 편승하는 것은 좋지못한 약소국의 사례이다. → 사대주의에 편승하는 건 약소국의 수치이다.
예전에 영국인들이 ‘인도는 내놓아도 셰익스피어는 못 내논다’ 고 했다. 세계적인 문장가인 셰익스피어는 말을 빼고는 글 고치기에 무척 힘들어 했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안녕’ 끝장은 17번, 프랑스의 자연주의 문학가 졸라의 습작 원고는 자신의 키를 넘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도 30년간이나 수정했다고 한다. 약초 1882종의 분류로 이름난 명나라 명의 ‘이시진’은 홀로 산야에 뒹굴며 독초를 캐 먹으며 약초의 독약 유무(有無)를 확인하다가 그 독에 묻어 숨졌다.
이래서 옛 선비들은 문장의 퇴고(推敲)와 추고(追考)를 살을 에이고 뼈를 깎는 겨울 빙판에 비유했다.
오늘날의 교정(校正)과 교열(校閱)을 살을 피울음의 고름같은 고통으로 표현하였다.
글을 쓰기도 힘들지만 깎고 다듬는 것도 그 이상으로 힘들다. 오호라, 우리말 우리글 몇 줄 고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우리말 우리글이 어렵다고 한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우리들도 글을 쓸 때 마다 어렵다고 한다.
특히 띄어쓰기의 구분과 범례이다. 예를 들어 ‘그런 만큼’이냐, ‘그런 만큼’이냐. 지금까지의 말글 규정이나 국어사전에는 ‘그런 만큼’으로 띄어 적었다. ‘만큼’은 ‘그만큼, 너만큼, 사람만큼, 하느님만큼’들에서는 붙여 쓴다.
이 ‘만큼’은 앞말과 비슷한 정도나 한도를 보인다. 그러나 ‘-(느)ㄴ, -(으)ㄴ, -(으)ㄹ, -던’ 다음에서는 띄어 쓴다. ‘걷는 만큼, 한 만큼, 먹은 만큼, 참을 만큼, 살 만큼, 했던 만큼’ 들은 띄어 쓰는 것이다.
이 경우의 ‘만큼’은 그 앞말의 내용에 걸맞은 수량을 나타낸다. 그런데 ‘-(느)ㄴ, -(으)ㄴ, -(이)ㄴ’들이 ‘-느니, -니, -으니, -이니’들의 준 꼴인 경우에는 그 다음에 오는 ‘만큼’을 붙여 쓴다.
과거 1964년 당시 문교부 ‘교정 편람’에는 ‘-이니 만큼(-인만큼)’을 언급하였다. ‘만큼’이 “가느니 만큼, 하니 만큼, 먹으니 만큼, 보물이니 만큼”들에서는 붙어 쓰인다.
“가느니보다는 안 가는 것이 낫겠다”고 할 때 ‘가느니보다’의 ‘보다’를 붙여 쓴다. ‘니’의 ‘ㅣ’가 줄고 ‘ㄴ’만 남아서 윗말에 붙어 쓰이면 “가는 만큼, 한만큼, 먹음만큼, 보물인만큼” 들처럼 붙여 써야 한다.
이 경우 ‘만큼’은 ‘가므로, 하므로, 먹으므로, 보물이므로’들의 ‘므로’와 같이 ‘그런 만큼’은 ‘그렇게 한 만큼’이다. 오, 한글이여! 도대체 어디서 붙여야 하며, 어디서 띄란 말 인고오?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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