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정확하게는 개운치가 않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대전지역 공약으로 아홉가지를 약속했다.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육성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와 국립어린이재활병원·대전의료원 등의 공공의료 확충, 대전교도소 이전과 월평동 화상경마장 외곽 이전처럼 오랜 숙원들이 담겼다.
앞서 대전시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개 과제를 공약해달라고 요청했다. 모두가 반영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국립철도박물관 대전 유치를 약속하지 않은 것은 질책의 목소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약속한 사안인 탓이다. 불과 1년 전 당 차원에서 박물관 대전 유치를 지역 공약으로 약속해놓고도 이번 대선에서는 이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공약은 채택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으로 알려졌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에게서도 공약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대전이 명분이나 자격은 충분하나 박물관 유치를 원하는 지역이 많다보니 공약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답변을 받았다.
권선택 대전시장도 지난 19일 시청에서 열린 5개 구청장과의 간담회에서 “여기(대전)를 하게 되면 다른 지역이 반발이나 (국립철도박물관 공약을) 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립철도박물관 대전 유치를 표명하면 호남과 충북 등 타 지역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이같은 행동은 원내 1당이자 이제는 책임성이 한층 더 커진 집권여당으로서 보여줄 모습은 아니다.
앞서 국민의당은 대전 선거대책위원회가 국립철도박물관 대전유치를 안철수 후보의 지역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안 후보가 익산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국립철도박물관 입지선정을 위한 연구용역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발주 시기는 늦어도 다음달께는 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연구용역이 최대 1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여 연내 입지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자칫 지방선거 후 생색내기용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철도박물관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면 모르나, 당 차원에서 약속한 사안인 만큼 대전에 유치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참패를 떠올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말장난에 충청권 민심은 큰 반발을 일으켰고, 이는 야당의 승기로 이어졌다.
강우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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