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김용복의 우리말 우리글] 제287강 정언(定言)적 명령과 가언(假言)적 명령
‣복잡한 현대 생활을 하면서 상대와의 언어구사는 화자의 인격을 높여주고 교양 있는 인물로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오늘은 명령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이런 명령법을 아시나요? 정언(定言) 명령과 가언(假言) 명령 말입니다.
가) 정언 명령이란?
칸트 철학에서, 행위의 형식, 목적, 결과에는 관계없이 그 자체가 선(善)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켜야 할 도덕적 명령을 말합니다. 즉 도덕 법칙의 절대성, 보편성을 강조합니다.
예)
1, 보복운전은 안 된다.⟶정언 명령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난폭 운전에 대하여는) 보복운전이 범죄가 아니다.⟶가언명령
이처럼 정언 명령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논리이고 가언 명령은 조건이 붙는 명령입니다.
2, ‘남의 것을 훔치면 안 된다’⟶정언명령
(배가 고파 굶어 죽게 되었을 때는) 남의 것을 훔쳐 먹어도 된다.⟶가언 명령
어떤 상황에 놓였든 반드시 지켜야 하고 의무적으로나 당위적으로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정언 명령입니다..
나) 가언 명령(假言命令)이란?
칸트 철학에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내리는 조건부 명령. 그 목적을 승인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 )안에 있는 조건이 붙어야 하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자에게만 의미가 부여되는 명령입니다.
1,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허용되어야 한다.(가언 명령)
⟶이 말은 비도덕적인 것이더라도 공익증진에 기여하는 선의의 거짓말에 한에서는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겁니다. 결국 이것이 가언 명령으로 칸트의 정언 명령과 다른 입장인 것입니다.
2, (범죄 예방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사형 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가언 명령)
⟶ 이것도 마찬가지로 사형이라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행위이기에 보편화 시켜보면 비도덕적인 것인데 ‘범죄 예방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따라서 (사형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오는 좋은 결과를 생각해서) 사형 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 것입니다.
3, (난치병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배아 복제를 허용해야 한다.(가언 명령)
⟶ 이 배아 복제도 많은 논란이 있는 논제입니다.
정언 명령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배아복제를 본다면 난치병 환자들에게 아무리 도움이 된다한들 그 자체가 비도덕적인 것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배아 복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칸트의 정언 명령은 구체적 상황에서의 지침이 어렵기 때문에 융통성과 호용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보복운전 말입니다. 보복운전은 정언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김용복 한말글 사랑 한밭모임 회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