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부위원장 |
“배식 끝 무렵에 있는 아이들은 거의 못 먹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날은 식재료가 너무 많이 빠져서 국거리가 모자라 조리가 안 될 정도였다.”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모 사립고등학교에서 얼마 전까지 학생들이 먹었던 학교급식과 관련해 벌어진 일이다.
2015년 5월 A고교 교사 B는 교육청에 학교급식비리를 제보했다. 교육청 감사결과 제보는 사실로 드러났다. 무단으로 쌀을 빼돌리고 식용유를 반복 재사용하거나, 급식배송을 용역업체에 위탁하는 것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교장과 행정실장 등이 식자재비용, 인건비 등 4억여원의 급식비를 횡령해온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오히려 신고자를 담임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추진했다. 내부비리를 신고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17년 4월 18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부패방지권익위법)이 개정돼 사립학교와 학교법인의 비리가 부패신고 대상에 추가됐다.
따라서 이제는 누구든지 사립학교와 사립학교법인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패행위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고, 신고로 불이익을 받을 경우 신분보장, 신변보호 등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고를 통해 사립학교를 포함한 공공기관에 직접적인 수입의 회복이나 증대를 가져오는 경우 최고 30억원의 보상금도 지급된다. 신고로 불이익을 받는 B 교사와 같은 사례가 다시는 없도록 하려는 것이 법 개정의 주요 이유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공공기관과 공직자의 부패를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그동안 적용범위에 사립학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립학교도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예산이나 보조금을 교부받아 운영하고 있고, 이를 목적과 다르게 집행하거나 횡령하는 등 비리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사학비리는 소수 관계자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내부신고가 필수적임에도, 신고자가 교비 횡령이나 예산ㆍ회계부정, 채용비리 등을 신고했다가 불이익을 받아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존재해왔다.
법 개정 전인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권익위원회에 사립학교 관련 부패신고로 접수된 사건 총 133건 대부분이 부패방지권익위법상의 부패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고처리도, 신고자 보호도 되지 못했다.
사학재단 이사장이 교직원을 채용하면서 직급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신고나 입학생 선정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채용ㆍ입학비리가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사립대학재단 이사장이 재단공금을 횡령했다는 신고, 사립대 총장이 유흥업소 등에서 학교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신고 등이 모두 사립학교ㆍ법인이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직원ㆍ임직원이 공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돼왔다.
하지만, 이제 법 개정으로 7663개의 사립학교ㆍ법인이 부패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 사립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은 2015년 결산기준 약 10조 4185억원에 이른다. 사립학교에서 발생하는 부패행위를 부패 사각지대에 더 이상 둘 수 없는 이유다.
바뀐 제도를 아직 잘 모르거나, 알지만, 신고로 인한 보복 등 불이익이 두려워 사립학교에서 벌어지는 부패행위를 알고도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으로 교육ㆍ홍보를 통해 사립학교 관련 부패신고자도 법에 따라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사립학교 부패신고자가 신고로 파면되는 등 불이익을 받으면 파면취소 등 원상회복하도록 하고, 신고자가 부패행위에 관여했더라도 그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며, 신고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자는 형사처벌하는 등 신고자를 철저하게 보호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법 개정이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교육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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