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과 함께 살아가는 '도서출판 이화'

  • 경제/과학
  • 지역경제

좋은 책과 함께 살아가는 '도서출판 이화'

  • 승인 2017-05-21 15:37
  • 신문게재 2017-05-22 13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경기침체 속 돈보단 사람 쫓는 ‘도서출판 이화’

기업 이익보단 훌륭한 원고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하락으로 출판업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돈을 좇기보다는 문학계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지난 1992년 대전에서 뿌리내려 지역 향토 기업으로의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도서출판 이화’다. 올해 26년이 된 도서출판 이화는 기업의 이익에 목매지 않고 좋은 원고가 있으면 수익에 관계없이 책을 펴내고 있다. 이화가 꽃다운 청춘을 맞기 까지는 성정화(54·사진) 대표의 열정이 숨어 있다. 성 대표는 올해도 내년도, 앞으로도 지역 문화계를 위해 뛸 계획이다.



▲책을 내고 싶은 이들과 공존을=성정화 대표는 대전에서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 좋은 책을 만들고자 하는 신념 하나로 출판업계에 뛰어든 성 대표는 모든 원고를 직접 심사하고 교정을 본다. 문학뿐만 아니라 전문서적을 내고 싶어 하는 지역민에게 책을 내준다. 하지만, 아무나 내주는 건 아니다. 원고는 훌륭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원고를 살피고 교정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원고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팔리지 않을 거란 판단이 들면 원고 자체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번번이 실패를 맛본 이들의 아픈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는 게 성 대표의 설명이다.

성 대표는 예전 한 원로 작가를 예로 들었다. 성 대표는 “그가 여러 곳에 원고를 냈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보고 끝내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며 “사실 많이 팔리리란 생각은 안 했지만 어디서든 책을 낼 곳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 흔쾌히 승낙한 적이 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성 대표 덕분에 이 원로 작가는 책을 펴낼 수 있게 됐고, 많은 수익을 내진 못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자신만의 책을 낼 수 있었다.



▲포기란 없다=성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는 열정이 그를 독려했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창업 초기엔 생활이 버거울 정도로 힘든 시절을 겪었다.

대학 시절 출판부에 있던 경험을 살려 호기롭게 창업했지만 쉽지 않았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지만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때마다 대학생 시절 따르면 한 교수님의 말을 가슴속에 되새긴다. “라면 장사를 하더라도 너의 장사를 하라”는 은사님의 말을 되뇌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순탄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성 대표는 점차 성장했다. 우연한 기회에 안과 용어 사전 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주춤하던 사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성 대표가 26년간 회사를 이끌어올 수 있었던 데는 돈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종이 견적이 5만원이 나왔어도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만원으로 교체한다.

‘장사꾼이기보다 사업가가 되자’라는 그만의 철학이 담겼다.

장사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지만, 사업은 손해를 보더라도 진행되는 것이라고 성 대표는 설명한다.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출판업계는 단 한 번도 호황을 맞은 적이 없다. 때문에 출판뿐만 아니라 관공서 인쇄 등도 병행하고 있다. 이 수익으로 자신만의 책을 펴내길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한다.

그는 “손해를 봐도 할 수 있는 것이 사업”이라며 “돈을 좇기보다 돈이 날 쫓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미소 짓는다. 성 대표는 이화에 책을 맡기면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로 책이 잘 나온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설명한다.



▲직원들과의 끈끈함=5명의 직원이 동고동락하는 이화는 17년째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있을 만큼 오랜 기간 직원과의 화합을 이끈다. 큰 부자는 안 되더라도 같이 잘 살고 싶다는 성 대표의 생각이 직원들이 가족처럼 회사에 다닐 수 있던 원동력이다.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성 대표 덕에 직원들은 잘 따른다.

성 대표는 지시하거나 잔소리하는 편이 아닌 알아서 일하게 두는 편이다. 때문에 직원들은 오히려 대표를 걱정해주고, 자발적으로 일하면서 이화의 성장에 동참한다. 성 대표가 여느 기업처럼 사무실에 앉아서 지시하는 형태가 아닌 밖의 일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성 대표가 수주, 교정 원고를 가져다주고, 납품도 직접하는 등 힘든 일을 맡아서 하다보니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따라오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행복의 조건=성 대표는 지금까지 행복하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는다고 미소를 짓는다.

책은 한 달에 평균 3~4권 펴내고, 일주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지만, 마음만은 항상 즐겁다.

이런 노력 탓에 도서출판 이화는 1992년 7000만원의 매출에서 지난해 6억원까지 점진적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성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성 대표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작가들과 직원들의 행복이 곧 본인의 즐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더 열심히 뛰고 싶다는 일념 하나다. 성 대표는 월급이 없다.

성 대표의 꿈은 하나다. 책을 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출판사를 만드는 것. 그것 뿐이다. 성 대표는 “내가 출판을 바라봤을 때 26년간 해온 게 기적”이라며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 생각으로 지금까지 일을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화의 출판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