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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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 승인 2017-05-21 12:36
  • 신문게재 2017-05-22 23면
  •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스캔들로 대한민국은 사상초유의 국론분열과 정치적 공백사태에 놓여 있었다. 전 대통령의 탄핵과 헌재판결로 결국에는 파면과 구속이라는 대한민국의 격동기도 이제 막을 내렸다.

조기대선이었기에 대통령인수위도 없이 당선과 동시에 급하게 대한민국호의 항해는 다시 시작됐다. 워밍업도 전혀 없던 상황에서 새 정부는 모든 분야에 발 빠른 대처를 비교적 순탄하게 해 나가고 있다. 이전 정부와는 전혀 다른 공기. 또 전 대통령과는 극단적으로 비교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상처의 치료와 위안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국내 현안은 말 할 것도 없이 한반도의 북한문제와 중국과 미국이라는 양강체제에서 우리가 어떤 포지션으로 주요국들과의 외교·안보 문제에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가 더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내에서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트럼부 정부이기 때문에 상대적 약소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현실적으로 한동안은 외교안보라인이 모두 중단된 상태였기에 더욱더 대한민국에게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당선부터 지금까지 미국 내에서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당선 전부터 불거져 나왔던 러시아와의 내통에 관한 스캔들. 결국 미 의회에서도 트럼프의 탄핵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FBI 코미 국장의 해임이 결정적으로 미국 역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문제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탄핵이 무슨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는 것처럼.

한 마디로 지난 대한민국에서 대선 때만 되면 불거져 나오던 ‘북풍’과 지금 트럼프 정부의 ‘러풍’은 결국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전 박근혜 정부가 소위 야당이나 반대세력들에 의해 자신들이 엮인 거라고 신년기자간담회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언론플레이가 있었고, 지금 미국의 트럼프 정부 역시 작금의 상황을 자신들의 반대세력에 의한 모함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적잖이 궁색하고 구차하다는 생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정치판의 생리 중 대표적인 하나가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것이다. 과거 빌 클린턴과 르윈스키 섹스스캔들 때도 클린턴 정부는 미국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행동으로 옮긴 일이 있다. 자국의 이익과 외교안보의 현실적인 면을 감안해 행동으로 옮긴 사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단지 최고권력자의 치부와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전쟁까지도 불사하는 것이 정치이며, 상식적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자행하는 것이 역시 정치이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오랜 세월 밀접한 관계형성을 하고 있으며, 특히 한미동맹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결속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중국과는 경제적 최대교역국이지만, 외교안보 즉 군사문제에 있어서는 미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한이라는 예측이 불허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로인해 최근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정치보복은 이미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않는가.

트럼프 정부의 탄핵이 현실화 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에 필자는 적잖은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이전처럼 진행되어오던 한미동맹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미국이 중국과는 웃어도 웃는 게 아닌 관계에 놓여 있고, 한반도와 북한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아마도 더 큰 이슈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할 수 있다.

탄핵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으로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경계해야하는 필자의 예측대로 미국이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것의 목적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미동맹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그로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유연해질 것도 아니라면 아무런 대의명분은 없다.

단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입지가 더 이상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통령 그것도 일 년도 체 집권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있어서 자신의 탄핵보다 더 두려운 것이 무엇이겠는가. 미국이 그럴 경우 그 파장은 국제사회는 물론 그 중에서도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아무리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게 정치라지만, 말이 쉬워 미국의 ‘러풍’을 ‘북풍’에 빗대어 표현한다지만 미국의 그런 중대한 상황은 자국은 물론 세계국가질서 자체에 크나 큰 혼란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모쪼록 그 불똥이 한반도에 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 (前 청와대 대통령 전담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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