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기대감이 이제는 과학기술계에서도 일어나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비록 짧은 대선기간이었지만 그동안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공청회와 토론회를 통하여 민주당과 대선 캠프에 과학기술계의 변화와 혁신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들을 제언하였고, 또한 충분한 교감을 통하여 필요한 정책들이 공약으로 확정되어 발표되었다. 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공약들은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공감하는 내용들을 이미 잘 담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것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하는 것만이 남아 있다. 아마도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장관이 임명되면 하나하나씩 구체화 될 것으로 기대를 한다.
우선, 연구의 자율성 보장은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의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인 뿐만 아니라, 관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공감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최대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 한다”는 절대 원칙이 이제는 지켜지기를 바란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하나하나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법적인 최소한의 장치로 국회에서 발의된 출연(연)연구기관들의 “기타공공기관 제외”를 위한 법률 개정도 올해에는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란다. 국회도 앞장서서 정부의 정책 의지를 뒷받침해줄 것으로 믿는다.
지난 정부까지도 존속되어 온 과학기술계의 많은 잘못된 정책들이 있다. 새 정부가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루려면 이러한 적폐들도 하루빨리 청산하여야 한다. 대표적인 적폐의 하나가 PBS제도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연구자들을 맹목적인 과제 수주로 내몰고, 산학연의 반목적 경쟁만을 가져온 PBS 제도는 연구현장의 황폐화를 몰고 온 주범이다. 이러한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는 연구 현장이 새롭게 변화될 수가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 격언이 있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를 과학기술계도 열어나갈 수 있도록 새 정부가 먼저 앞장설 것으로 기대한다. 이 외에도 지난 IMF 이후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정년환원,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미명아래 강제 시행된 출연(연) 연구기관의 임금피크제에 대한 재검토, 규제 중심의 평가와 관리 제도의 개혁 등이 새 정부에서는 망설임 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 정부는 공약으로 약속한 정책들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요즘 들어 우려되는 것은 대선기간 동안에는 아무런 의견을 보이지 않고 있던 과학기술 단체들이 새 정부 이후로 앞장서서 공청회며 토론회를 개최하여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과학기술계의 의견 수렴은 대선기간 전부터 개최된 많은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하여 충분히 되어 왔고, 이미 대선 공약으로 확정되어 있다. 이것은 대통령의 약속이다. 이제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 약속을 실천하는 것만이 남아 있다.
이것을 실천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지금까지 정부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 정부 관료들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다. 그러다보니 연구 현장과는 괴리가 큰 탁상공론이 정책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이미 현장은 그 해답을 가지고 있다. 책상에서만 답을 찾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현장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촛불의 민심을 이어가는, 국민과 소통하는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나아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는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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