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불교공뉴스 |
깊은 산사(山寺)에서 들리는 풍경소리는 평화롭게 들린다.
풍경(風磬)은 물고기 문양으로 만든다. 잠잘 때도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늘 깨어 있는 마음으로 수행하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깨어 수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사는데, 풍경은 처마 끝에 매달려 있어서 바람이 불어야만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달려 있다는 것은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바람이 있기에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전래동화「선녀와 나무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무꾼이 사슴과의 약속을 잘 지켰다면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로 끝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나무꾼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다. 선녀의 처지에서 본다면 불행도 이런 불행은 없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삶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면 복을 받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복을 받지 못한다’고 배웠다. 이 동화의 주요장면은 나무꾼이 사슴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아내에게 날개옷을 보여주었고, 그로 인해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나무꾼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무꾼이 아내를 얻은 방법은 정당하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날개옷을 숨긴 것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사기성의 납치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나무꾼은 부정한 방법으로 선녀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은 것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선녀의 옷을 훔친 나무꾼도 사실은 사는 동안 불안했을 것이고, 행복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선녀에게 날개옷을 내주게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날개옷을 선녀에게 내어준 것은 양심의 발로 즉, 초자아가 발동을 한 것이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시인이었다. 속죄의 마음이었다.
감성주의자들은 ‘자유’라는 날개옷을 입고 날아다니는 타고난 기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묶여 사는 구속된 삶을 힘들어 한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그룹상담을 할 때,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묻는다. 그렇지 못하다는 반응을 많이 접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를 듣다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은 꿈을 꿀 자유나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이 아닌 부모나 선생님의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과연 꿈이나 자유, 권리가 누군가로부터 주어지거나 빼앗을 수 있는 것일까? 사회적 약속인 법을 어긴 경우, 국가가 법을 어긴 사람의 자유나 권리를 제약할 수는 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자유와 권리는 성별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태어날 때부터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러한 자유와 권리를 빼앗으면 안 된다. 누군가 자유나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면, 이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일부에 의해 부당하게 빼앗긴 자유와 권리를 찾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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