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아름다운 문화 속에 살고 싶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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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아름다운 문화 속에 살고 싶지 않나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05-19 00:01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서울 ㅅ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시민운동에 열정을 보였던 ㅅ교수가 ㄷ대학 총장을 할 때 어느 포럼에 나와 고백 했습니다. 학교 주차문화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어느 대학이고 학 내 주차 시설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습니다. 연구실이나 강의실이 주차장에서 멀면 얼마나 멀겠습니까? 그런데도 대부분의 고귀하신 교수님들이 텅텅 비어있는 주차장을 외면하고 연구실 부근에 차를 댄답니다.

보는 것이 최고의 학습이어서 학생들이라고 다를 리 있겠습니까? 너나없이 덩달아 강의실 주변에 주차한답니다. 교수회의에서 수차례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변화가 보이지 않더랍니다. 시간마다 강의실을 옮겨 다니는 학생들은 차를 피해 다니느라 북새통을 이루지요. 어느 때는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답니다.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있는 엘리트 집단의 기초 질서 완전무시, 연만하신 ㅅ총장의 통탄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더 다가왔던 것도 어느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문제 삼지 않았을 뿐이지요.

2010년 11월 11일 서울에서 서울G20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손님 맞을 준비로 1년 넘게 정부가 추진한 것 중 하나가 기초 질서 확립이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중심국가가 되고 싶었던 우리, 금융시장·세계경제에 관한 것이 주요 의제인 행사를 앞두고 기초 질서 확립이라니? 우리는 국가위상에 걸맞지 않는 너무도 낮은 질서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창피할 정도로 말이죠. 불법주정차 금지, 횡단보도 차선 지키기,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 하지 말기, 차례 지키기, 음주 운전하지 말기, 신호 지키기… 교통문제에 국한하여 몇 가지 나열해 보았습니다. 조금만 새겨보아도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필자는 작은 단지를 이루고 있는 아파트에 삽니다. 주차장이 지상과 지하1층, 지하2층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상 주차장은 아파트를 찾는 손님들이 이용하라고 필자는 항상 지하주차장에 주차 합니다. 언제나 지하 2층 주차장은 대부분 비어있습니다. 그런데 지상이나 지하1층 주차장은 금지선주차, 이중주차가 되어 있음을 늘 보게 됩니다. 관리사무실에서 여기저기 현수막을 걸어 놓고 갖가지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고 동원도 해 보지만 변화가 없습니다. 비집고 다니거나 운전하려면 불편한 것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필자만 그럴까요?

오늘 오전 일을 마치고 잠시 집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마침 비어있고 오후에 또 나갈 것이라 출입구 가까운 지상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지요. 5층에 올라오며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자신이 조금 편하자고 하는 이런 작은 마음과 행동이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구나. 필자 자신과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반성입니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질을 논하지 않습니다. 한 집단의 삶의 총체가 문화로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선악은 있습니다. 그 잣대중 하나가, 아름답고 즐거우며 더불어 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좋은 문화, 공동체에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주고 해악을 끼치는 것은 나쁜 문화입니다. 나쁜 문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집단의식이 형성되지 않으면 좋은 문화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문화 속에서 살기를 원하시는지요?

우리민족은 질서의식이 강합니다. ‘동방예의지국’ 같은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지요. 아직은 예절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나요? 예절이 바로 질서의식입니다. 너무도 훌륭한 존중과 배려의 문화지요. 예절은 예의와 범절이 합해진 말입니다. 사전적으로 예의는 우리가 사회생활이나 사람 사이에서 존경을 표하기 위해 예로써 나타내는 말이나 몸가짐을 말합니다. 범절은 규범 또는 도리에 맞는 모든 질서나 절차를 말합니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 대단히 소중한 우리의 자산입니다. 거기에 사랑이 넘치는 살기 좋은 동네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겠지요. 주민들이 걱정하는 마을의 부가가치도 자연스레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공인들이나 남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합니다. 가차 없이 칼을 들이대지요.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엄격하자는 얘기도 아닙니다. 자신이 행한 모든 행동의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아름다운 문화의 수혜자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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