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애의 미술읽기] 폭군과 천재의 만남이 빚은 최고의 걸작 ‘최후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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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애의 미술읽기] 폭군과 천재의 만남이 빚은 최고의 걸작 ‘최후의 만찬’

6. 폭군 루도비코 스포르차와 다 빈치의 합작품 ‘최후의 만찬’

  • 승인 2017-05-19 00:01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1452년 이탈리아의 빈치에서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레오나르도’라는 뜻으로 정확한 이름도 없는 서자 출신이다. 유명한 공증인을 아버지로 두었지만 사생아인 다 빈치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신분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예술가가 되기를 원했고, 아들을 당대 최고의 화가인 베로키오의 문화생으로 들여보냈다.

스무 살 무렵에는 피렌체 화가조합의 정식 회원이 되어 자신의 공방을 운영할 수 있었지만 다 빈치는 스승의 공방에서 누구보다도 철저히 기초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십년이 지나 서른이 되었을 때 레오나르도는 짐을 꾸려 밀라노로 향했다.

대 도시 밀라노는 악명 높은 폭군 ‘로도비코 스포르차(통칭 일 모로)’가 통치했다. 다 빈치는 이곳에서 17년을 체류했는데 그의 생애 중 한 곳에 가장 오래 머문 기간으로 그 동안 축적된 다양한 재능이 충분히 발휘된 시기기도 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통치자들이 다 그러했듯이 스포르차 역시 최대의 관심사는 무기였다. 하지만 다 빈치는 군토목기사가 되지 못하고 중앙난방시설 등 여러 잡무가 주어졌다. 그러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스스로의 지적 호기심을 위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놀라운 발견을 이룩하는 노력은 결국 스포르차의 신임도 얻게 만들었다.

스포르차 밑에서 일한지 십 삼년이 되었을 때(1482년), 항상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미완성으로 두는 다 빈치였지만 스포르차는 자신이 만든 산타 마리아 델 그라치에 수도원(Santa Maria delle Grazie)의 식당 벽에 최후의 만찬을 그려달라는 큰 주문을 하게 되었다.

다 빈치는 그 당시 가장 흔한 주제를 전무후무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방식으로 표현하여 르네상스의 전성기는 이 작품의 장대한 구도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후의 만찬은 자신이 체포될 것을 알고 있는 예수가 마지막 유월절을 기념하는 만찬을 제자들과 함께하는 장면이다. 다 빈치는 이 이야기 중에서도‘너희 중 하나가 나를 배반할 것이다’는 말을 마친 직후의 제자들의 반응을 그들의 몸짓, 태도, 얼굴에 나타난 성격의 특징 등으로 전하려고 했고, 그의 의도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이토록 사랑받고 가치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기존의 작가들이 12제자를 그들의 상징물로 알려주고자 한 반면 다 빈치는 각 제자들의 반응으로 각각의 인물이 누구인지를 식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제자들의 귀와 입을 중시하며, 손 모양도 예수의 말씀에 대한 반응으로 대신하여 우리는 그림 속에서 놀람, 회의, 두려움, 화를 냄, 부인 등 제자들의 심리를 다 읽어 낼 수가 있다.

특히 기존의 방식이 가장 관심인물인 유다가 다른 제자들과 달리 따로 앉아있다거나 홀로 후광이 없는 모습으로 묘사하는 등 어색한 구도로 화면의 긴장감이 감소되었다면, 다 빈치는 유다를 예수를 중심으로 배치한 3명씩 짝지은 네 무리 속에 함께 배치함으로써 의도성을 피할 수 있었다.

대신 요한, 베드로와 그룹에 속한 유다는 예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성질 급한 베드로가 예수께 다가가기 위해 옆자리의 유다를 밀치는 순간을 택하여 유다를 자연스럽게 식탁 앞으로 끌어내었다. 이때 식탁 밑에 있던 돈 주머니를 쥔 손까지 드러나게 하여 유다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분리하지 않으면서도 배신자임을 스스로 보여주는 연출을 만든 것이다.

둘째, 예술가로서 다 빈치의 천재성은 화면 한 가운데 위치한 예수의 오른쪽 머리 뒷부분에 소실점을 설정한 원근법이다. 소실점이란 평행한 직선이 멀리서 바라보면 사라지는 지점을 말하는데 다 빈치는 수도원 식당 벽의 평행한 모서리를 그림의 소실점과 완전히 일치시키는 치밀한 계산으로 완벽한 공간감을 만들어 내었다. 그래서 수도사들은 언제나 자기가 예수와 그의 열두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고 항상 착각을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예수를 등지고 있는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의 사용, 양 벽면의 장식 등 예수와 12제자를 돋보이게 하는 여러 과학적인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을 뛰어넘는 독창성과 정확한 형식미, 숭고한 주제를 다루는 뛰어난 방식 등이 르네상스 전성기의 가장 뛰어난 그림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1980년 유네스코는 이 작품이 소장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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