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2년째가 됐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지난 세월을 역행하며 오히려 후퇴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방행정 이양 등 지방에 권한이 많이 부여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앙의 집권화가 더욱 견고해졌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주민들 손에 의해 뽑도록 하는 것 말고는 재정과 인사, 감사 등의 견제 수단을 통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게 재정 문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 2로 국세중심의 조세구조로, 조세배분 균형을 잃었다. 이렇다 보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고 정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8대 2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조정해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높여 과세자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도 내놨다. 김필헌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19대 대선 지방재정분권 공약 토론회’에서 “지방교부세를 19.24%에서 22%로 인상하고 보통교부세의 최소수준 보장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특별교부세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보공개제도를 강화하고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 특별교부세의 자의적 배분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을 ‘지방정부’로 헌법에 명시해 지방의 재정권과 입법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자체 축제ㆍ행사 예산을 제한해 예산사용의 자율권을 박탈하는 사례도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자체의 재정건전성과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목적 하에 ‘2017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설명하자면 2015년 당시 예산 범위 내에서만 행사와 축제를 열어야 한다. 이 방침은 올해부터 시행됐다. 전체 지자체가 쓸수 있는 축제ㆍ행사 예산은 모두 1조 1423억원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가 유망한 새로운 축제를 기획하고 개최하기 위해선 다른 축제를 없애거나 지원예산을 줄여야 한다. 지자체가 축제ㆍ행사를 남발해 예산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지자체의 창의적, 능동적 행정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헌이 전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이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 여기에 개헌을 전제로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보장을 약속했으며,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말도 꺼낸 바 있다. 이와 발맞춰 대전시도 최근 실질적 지방자치를 구현하고 한국형 지방분권 모델 창출ㆍ연구를 위한 ‘글로벌 분권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10개 단체로 구성된 지방분권 개헌 국민회의와 지방분권 개헌 국민협약서를 체결한 뒤 “강력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해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지방자치 비서관과 균형발전 비서관을 신설한 것은 긍정적 평가로 받아들여진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에서 나온다. 지방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도 잘 살 수 있다. ‘지방분권 강화와 균형발전 실현’, 이제 문 대통령이 보여줄 차례다.
박태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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