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태 ㈜씨앤씨네이처 대표 |
군입대 때, 집총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할 종교신자는 애초에 나와서 감옥으로 가고 전과자가 되라는 군간부의 일갈에 몇 명이 일어섰다. 서너 명은 각오를 하고 왔는지 머리가 길었지만 함께 일어섰되, 머리는 짧게 깎고 온 한 명은 대기시간 동안 마음이 바뀐 것이었다. 그 때 그 친구의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우리’는 좋은 것이지만, 어느 범주 바깥에 있는 이들을 배제하는 의미라면 그 ‘우리’는 과연 좋은 것인가. 고국에 있는 가족 부양의 이유로, 또는 부족한 특정 성(性)의 배우자로 이 나라에 있는 피부색이 조금 다른 이들이 ‘우리’의 범주에 들어가 있는가. ‘우리’를 상징하는 태극기는 배움이 주업이던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왜 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 않으면 무엇이 그른 점인가 방법적·회의적으로 생각해봤던 것이 사실이다. 등교 때 교문에 진입하는게 그들에게는 무슨 의미인가. 그들은 ‘우리’가 아니므로 태극기를 사랑하고 예의를 표할 권리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의무가 없는 것인가. 국가와 민족이라는 분류 없이 만국의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사회가 옳고 그른 사회에는 국기가 필요 없지 않을까.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수년 전에는 정치권에서 사상 검열의 방법으로 국민의례가 회자된 적도 있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했던 기억이 있다. 배움이 주업인 기간이 끝나 기회는 적어졌지만 여전히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기회는 있다. 나는 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가.
내게 있어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자랑스럽고 당당한 이유는 5.18광주의 호국영령들께서 당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상징한다고 알려주셨고, 거기에 더한 의미를 부여해주셨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순방 후 귀국 때 태극기를 들고 환영하는 행사에 동원됐던 중학시절.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4.19민중혁명, 6월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직전의 촛불혁명으로 정통성을 완성해가고 있는 나라다.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갖지 못한 이북의 세습정권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실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전의 촛불혁명 기간동안, ‘태극기’는 ‘촛불’에 대한 반동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덕분에 앞선 혁명들의 태극기 이미지는 인터넷 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나 촛불과 태극기 검색어의 조합으로는 이상의 태극기의 역사성이 훼손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 이들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없다.
그 1년여 후, 서슬 퍼렇던 시절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본당 신부님의 책임하에 돌려본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첩에는 그 대통령에 의해 학살된 분들의 사진이 있었고 전혀 다른 의미의 태극기가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힘들었던 과정을 통해 새 대통령을 선출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점이다. 5.18 민주정신을 헌법에 넣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란다. 시대의 필연이고 내가 사랑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홍성태 ㈜씨앤씨네이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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