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화백 명칭변경 불가 입장
국내 유일 교육청 산하 미술관인 ‘정명희 미술관’이 폐관 위기에 놓였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대전평생학습관측은 ‘대전갤러리’와 정명희미술관과 통합운영해 명칭과 운영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입장지만 미술계에서는 사실상 미술관 폐관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16일 교육청과 대전평생학습관에 따르면 중구 대흥동 평생학습관 3층에 위치한 정명희미술관은 정명희 화백이 작품 화류 1078점을 비롯해 스케치 229점, 판화 및 도자기 등 1396점을 대전시교육청에 무상으로 기증하면서 지난 2012년 개관됐다.
이 당시 교육청은 적절한 전시장소를 찾을 때까지 현 위치인 대전평생학습관에 상설전시관을 개설 운영키로 했지만, 이렇다 할 논의가 되지 않고 현재까지 운영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육청은 강의실 공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주말 관람객들이 관람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정명희미술관을 내년부터 대전갤러리로 이전해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평생학습관 측은 “내년부터 현재 운영중에 있는 대전갤러리와 정명희 미술관을 통합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평생학습관이 강의실이 부족한만큼 현재 운영중인 정명희 미술관을 강좌실로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그동안 작품을 기증받아 작가의 이름을 따 운영하던 ‘정명희’라는 이름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정명희 화백측도 이 부분에 상당한 불쾌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화계 역시 교육청이 지역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아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통합운영은 ‘행정편의 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정명희 화백의 작품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만큼 교육청이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세계적인 보리작가로 알려진 송계 박영대 화백의 경우 지난 2016년 백석대에 100여점의 작품을 기증, 보리생명미술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정명희 화백은 “미술관의 장소를 대전갤러리로 옮기는데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정명희 미술관이라는 명칭자체를 없애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1~4월까지 대전갤러리가 비수기로 그때 작품 전시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대신 미술관의 명칭은 없애면 안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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