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정치가 공동체를 유지시키고 지속시킨다고 믿습니다. 경제인은 경제가 나라를 구제하고 부강케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자는 교육이 인재양성을 통해 나라를 성장시키고 미래를 개척한다고 주장합니다. 언론인은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사회를 바로잡으며 정화시킨가고 자부합니다. 법조인은 법이야말로 세상을 바로잡으며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지요. 문화예술인은 문화예술이 인류를 보다 풍족하게 하고 행복하게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들이 하는 모든 행위와 존재는 지향점과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소중하지 않은 일이 없습니다. 남은 것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요, 상호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6년 3월 9일 ~ 15일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컴퓨터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있었습니다. 우리 앞에 직면한 세상의 변화를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 시키고 미래사회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란 화두를 던졌지요. 그런 탓인지 19대 대선에선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성찬을 이루었습니다.
4차 산업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4차 산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덩달아 언급하는 것도 대통령 후보들 중에 있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21세기를 정보화 사회라 불렀습니다. 국민의 지혜와 기업들이 정보화 사회를 선도해갑니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할 일은 그들이 순항할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문명의 도래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있으며 역사적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오늘 있어왔던 일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의 중요한 화두중 하나가 지식창조산업인 문화예술이란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문화예술이 후보자들의 공약집에 언급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토론이나 유세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취임사에 한마디도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문화예술, 미래로 가는 다리’란 주제로 공약을 발표했지요. ‘국가가 적극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화예술정책의 기조라고 합니다. 얼핏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독립성과 창작,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으로 들립니다만, 문화예술을 홀대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역대 정부들에서도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제 문화예술이 구색 맞추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직전 정부는 문화융성을 국정지표의 하나로 내세웠지요. 결과적으로 그것이 빌미가 되어 탄핵되었습니다.
그러나 국정기조 자체가 잘 못 되었던 것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분명한 것은 문화예술이 인류의 지평을 넓혀주는 한편 미래의 경제이며 산업이고, 인류가 꿈꾸는 보편적 행복에 다다를 주요방편의 하나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문화예술정책을 펼쳐주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분야마다 주도권 다툼이 치열합니다. 우리 사회에 진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 오래된 필자의 견해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잣대 중 하나는 재산, 기득권을 포함한 각종 권익 등 지킬 것의 유무입니다. 필자 같은 사람은 지킬 것이라곤 양심밖에 없습니다만,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색깔을 달리하는 보수만 존재 할 뿐입니다.
각 분야에 정부지원이 시작되면서 지켜야 할 양심마저 짓밟히는 것을 봅니다. 적어도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적나라하게 보아서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지자체 단체장이 누구냐에 따라 지원 집단이 달라집니다. 주도권을 어느 쪽이 잡고 있느냐에 따라 수혜자가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의 비전과 창작활동을 진작시킬 국가정책이 시급한 것은 논할 필요도 없지요. 표현과 창작의 자유 보장은 당연하지만, 전업 작가들을 비롯한 문화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지원은 합리적 제도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제도들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문화예술은 고저를 구분하거나 질을 따질 수 없습니다. 불필요한 것은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것이 문화예술입니다. 그럼에도 빈익빈부익부가 가장 극명하게 들어나는 곳이 문화예술계입니다. 문화예술계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나 기둥은 명성 있는 몇몇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무명의 종사들입니다. 나아가 그를 향유하는 문화예술소비자들입니다. 정책입안자나 통치자는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늦게나마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개인의 모든 욕망은 털어내고 진정 국가의 장래와 국민만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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