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는?
시인이나 작가는 자기만의 독특한 작가관과 아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몇 날을 고민하며 지새우든가? 아니면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전국을 두루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는 등 작가만의 끼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신과 자기 생명력이 뚜렷하게 신념있는 시인, 작가가 되어야 한다.
마치 문학을 자기의 직장과 사업상으로 이용하거나 출세, 명예의 도구로 사용하면 안된다. 위선과 허위로 덮힌 그런 문학은 설사 우선 보기에 좋을지 몰라도 생명력이 짧고 어느 시기가 되면 정지가 된다. 이른바 뜻있는 선비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문인(文人) 이전에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 시를 좀 알았다고 하여 거만하고 명예나 재물이 있다하여 자만해서는 안된다!” 벼가 익으면 고개가 숙여진다는데 오히려 오만과 거만 위선과 거짓에 둘러쌓여 있으면 안된다. 이런 사람이 하는 문학이나 예술은 감동 이전에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철학자 ‘윌리엄 서머싯’은 말했다. “예술가는 고독한 늑대이다. 동료가 그를 황야에 내쫓는 것은 그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 자기만족은 예술가를 멸망시키는 것이다.” 쥐가 천정을 갉아먹는 처절한 고독과 얼음 같은 찬 서리의 외로움을 모르고 무슨 글을 쓰랴? 머리로 글을 쓰는 문인 이전에 가슴 따스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참된 문인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난 늘 고독한 실존적 에고이스트(egoist)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문학을 왜 할까?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되는 것도 아니요,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않는 외롭고 힘든 고행(苦行)의 길이다. 애오라지 거칠고 험한 이 세상을 한 자루 등불처럼 어둠을 밝히며 아름답고 살만한 사회로 가꾸어 가는데 그 씨앗이 되자고 하는 것 아닌가?
참된 예술은 손 끝이나 눈 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른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태양은 도덕적하지도, 부도덕하지도 않다. 그는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는 어둠을 정복한다. 문학도 그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1989년 3회 추천으로 한국문단에 등단하고 30여권의 책을 냈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투사도 아니고 더 더욱 파시즘(fascism)주의자도 아니다. 가급적 타협하고 원만하게 대인관계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인간성 부재(不在)와 문재(文才)가 없어 길이 안보이는 사람을 한동안 지켜본다. 그러다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조언을 하다가 도저히 이게 아니다 싶으면 피해 나간다.
바쁘고 갈 길이 먼 인생의 여정에서 되지못한 부류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저 어느 학자는 이렇게 말 했다.
“험난한 세상을 살다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나에게 거울이 되지못한 사람은 가급적 피해 나가라. 그들과 시름할 시간이 있다면 경전을 한 번 더 읽으라.” 그간 문단을 통하여 여러사람을 만났다. 몇 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가 보인다. 한동안은 눈에 뭐가 덮혀 보이질 않았는데 차츰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그 사람의 인격이 보인다. 나는 가급적이면 원만하며 합리적인 동그라미의 순리를 지키며 살려고 한다. 물론 어떤 때는 고집스럽고 나은만의 카리스마가 있다고 주변에서 말들을 한다. 그래서 난 정말 고독한 실존적 에고이스트인지도 모른다.
▲ 김우영 작가의 저서들. |
그러나 문단 등단 30여년에 책 30여권을 내며 외롭고 힘든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그 정도의 패기나 배짱이 없으면 현재의 이런 일들이 가능했겠는가? 참된 예술가는 개성이 있어야하며 독특한 성격이 있기에 그 힘든 창작과 여로의 길을 간다.
문학(文學)이란 삶에서 오는 갈등의 해결방식이며, 간접적인 삶의 고백이다. 모든 작가들이 생존하고 투쟁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얘기와 자신이 안고 있는 모든 고뇌를 들려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도달한 최고, 최상의 감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인간 활동이다. 독일의 시인 괴에테는 말 했다.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고 인간의 가슴에는 따스한 사랑이 있다!”
또 철학자 칸트도 말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둘이 있는데 하나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이요, 또 하나는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도덕이다.” 꽃을 주는 것은 자연이고 그 꽃을 엮어 화환을 만드는 것은 예술이라고 했다. 마치 태양이 꽃을 물들이는 것과 같이 문학은 우리 인생을 고독하게 하면서도 아름답게 살만한 가치를 부여하는 붉은 이상(理想)의 현실이다.
이래서 우리는 문학을 하는 것이다. 오늘도 그 잘난 글, 그 못난 글을 위해서 말이다. 오, 참으로 고약한 애물단지의 나의 문학(文學)이여!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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