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작가의 의도성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일반인들이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있는 그대로 색채, 구성 느끼는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빛을 회화 속으로 끌어들여 조형언어의 일부로 재구성하는 연상록(50) 작가.
커다란 캔버스 위로 자유로운 붓질이 넘나드는 그의 작품은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장르인지, 어떤 기법을 쓰는지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12일 오전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그를 만났다.
연 작가는 “그림은 솔직하다. 그림만큼 담백하고 솔직한게 없다”며 “사람의 마음은 가식적으로 숨길수 있지만 그림만큼 화면을 통해서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은 나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말하는 그는 보여지는 자연과 풍경들을 반추상적인 기법을 통해 느껴지는 것을 그림에 담아냈다.
충남 금산 적벽강 상류에서 터를 잡고 작업을 펼치고 있는 연 작가는 도시로 떠나고 남겨진 낡은 집, 시계 태엽, 하드디스크 등 삶의 흔적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인간에게 소멸돼 가고 다시 건설되는 기억의 파편들을 빛바랜 붉은 색채들을 이용해 화면에 담았다”며 “또 적병강의 물안개 속에서 들어오는 빛의 움직임을 모노톤으로 표현해 자연을 통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에 심각한 의도가 없다 해도, 연 작가의 그림이 일깨우는 의미는 깊다.
연 작가가 최근 선보인 일련의 작품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 자체에 몰입한 인상파나 빛으로 입체감이 강조되도록 했던 테네브리즘(tenebrism) 작가들처럼 빛을 회화 속으로 끌어들였다.
화폭에서 관람객이 만날 수 있는 형상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인두와, 고장이 난 하드디스크 등이다.
그는 “좋은 그림의 생명력은 보면 볼수록 늘 새롭게 자유롭게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내 그림을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에 더욱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일반인들이 있는 그대로 색채 구성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상록 개인전은 17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열린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