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대전시립무용단의 ‘덕혜’를 보고

  • 문화
  • 문화 일반

[리뷰]대전시립무용단의 ‘덕혜’를 보고

춤예술성과 대중성의 수준있는 결합

  • 승인 2017-05-11 12:49
  • 신문게재 2017-05-12 11면
  • 김경애 춤평론가김경애 춤평론가
대전시립무용단이 [덕혜(德惠)-나를 모른다 하오]를 올렸다. (4월 27-28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마지막 황녀’로 불리는 덕혜옹주는 고종과 귀인 양 씨(복녕당) 사이에 출생해 구한말의 민족적인 비극을 한 몸으로 살다간 여인이다. 국가와 민족, 여성으로서 개인의 삶 등 거대한 드라마를 끌어낼 수 있는 비극적 역사 인물이, 유준현의 소설로 연재가 되어 우리 사회가 관심을 두기 시작해 45년 정도가 지난 지금 어쩌면 가장 관심을 두는 극의 소재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종의 딸로 영화를 타고난 그녀는 볼모로 일본으로 끌려가 15년을 정신병원에 갇혀 지냈고 정략결혼과 이혼, 딸의 사망, 어렵사리 귀국, 낙선재에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몇 년 전부터 영화로, 연극으로 무용으로 많은 장르가 작품화하고 있다. 제작진이 어떤 시점(視點)에서 보든 많은 것을 끌어낼 수 있고, 드라마의 극성(劇性)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번 대전시립무용단은 이러한 민족적인 주제의 선택으로 일단 대중적인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데 과연 많은 관객이 춤으로 만들어진 덕혜옹주의 삶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소재적인 가치를 인식한 예술감독 김효분의 선택은 구한말의 비극을 음미하는 역사적인 교훈을 목표로 극성이 뚜렷한 춤극을 만들어냈다.

김효분의 안무는 역사적인 사실 즉, 시간적인 흐름을 따라 덕혜옹주의 일생을 그렸다. 대중적으로 그 이야기가 쉽게 전달되는 드라마로 일대기를 그리돼 춤의 상징성을 높여 이미지의 표현으로 감성을 끌어내는 기법이다. 덕혜옹주를 중심에 둔 이 작품은 그 역을 맡은 무용수의 힘에 상당부분 지배를 받게 되어 있는데, 안무자는 직업무용단의 군무진을 폭넓게 사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배가시켰다. 덕혜옹주를 맡은 육혜수(첫날 배역)는 개인 파워를 응축시켰다가 풀어내는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활용하여 비장미를 연출해낸다. 후반 군무진의 춤량(量)을 한몸에 받아내면서 중심에서 제어하는 힘이 돋보였다. 대극장의 큰 무대는 비극의 섬세한 감성 노출보다 큰 선의 그림을 관객이 먼저 보게 되기 때문에 안무자의 공간적인 처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육혜수는 이러한 군무의 도형(圖形) 속에서 덕혜옹주의 기본적 감성에 충실했다.

어린 시절의 덕혜옹주를 별도의 어린 배역에 궁중옷을 입혀 드러냈고, 호리존트의 두 개의 궁궐 기둥 형상의 이미지로 초반 구한말의 배경을 구체성을 담아 보여준다. 작품 전체는 컨템포러리라 할 만큼 한국창작춤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졌다. 어린 덕혜가 일본으로 떠나는 배의 이미지는 소용돌이의 배경 영상과 함께 쉽게 전달되면서도 상징성을 높인 장면이다. 김철희의 조명은 좌우 직선과 수직으로 교차시킨 선의 기법을 써서 갇힌 덕혜의 상황을 대변하는 등 극적 상황을 이끌어가는 주요역할을 한다. 작품의 세련도를 높힌 매개역할이다.

안무자는 덕혜의 솔로 배역을 중심에 두어 많은 움직임을 요구하면서 장면 전환에 따라 스토리텔링을 상징하는 군무를 활용한다. 궁정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줄을 선 상궁과 나인들의 붉은 의상의 고전적인 춤을 보이기도 하고, 덕혜의 고통과 외로움, 출렁거리는 마음을 군무로 표현한다. 흰 저고리의 민중적 표현도 집단무에서 나온다.

작품은 프롤로그를 포함해 5개의 장면으로 연출되었다. 족쇄, 제1장 너무도 아련한... 제2장 얼어붙은 봄... 제3장 혹독한 시련... 제4장 나를 모른다 하오... 제5장 오랜 염원... 으로 드라마투르기가 짜여있는데 안무자는 빠른 장면 전환과 역동적인 춤으로 관객을 시각적으로 사로잡는다. 덕혜의 일본에서의 고통장면의 일본문화(의상 등)적인 표현을 제외하고는 민중의 신명적인 요소를 담은 춤들이 주류를 이룬다. 김효분의 춤베이스를 느끼게 하는 원형적인 몸의 감각이 대중성을 겨냥한 함성의 소리처럼 울림으로 증폭된다. 이것은 민족적인 요소를 강화시킨 후반부의 장면에서 더해진다. 덕혜옹주 역의 육혜수를 중심에 두고 민족을 상징하는 군무진이 좌우종대를 이루어 집단무를 많은 분량 춤추게 되고 덕혜는 비상하듯 호리존트에 설치된 중앙구조물 문을 향해 올라서면서 막이 내린다.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보여준 단원들을 풀어놓은 듯 분방한 느낌의 풋풋한 건강미도 김효분 안무의 특징으로 관객을 신선한 춤을 즐기게 했다.

이번 대전시립무용단은 춤예술성의 탐미적인 요소와 민족적인 드라마의 소재가 적절하게 결합해 많은 대중이 춤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레퍼토리로 완성했다.

김경애 춤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천안시 쌍용3동 주민자치회, '용암지하도 재즈에 물들다'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