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오늘 아들하고 또 신경전을 벌렸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주제는 이랬다. 강의를 하러 온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내가 학교를 가는 날이라면 만날 수가 없는데, 다행히도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친구의 강의는 언제 들어봐도 맛깔스럽다. 유머 속에서 지혜를 배우게 된다. 강의를 한 곳은 직원이 600명쯤 되는데, 직원직무교육이라고 했다. 사군자로 기질검사를 하고, 각각의 특징을 그룹으로 정리해서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서로 ‘맞다’고 웃으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점심과 차를 마셨다. 그동안의 나누지 못한 마음의 돌덩이를 버리는 시간 같았다.
물리적인 시간, 육체적인 한계, 능력과 사업성이 부족한 자신들을 벌거벗듯 쏟아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쉽게 말할 수 있겠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겠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러한 일상적인 문구가 아니었다. ‘나도 그래. 나도 좌절도 하고, 밤을 새며 고민도 해 보고, 울기도 하고, 대출도 해보고, 더 이상 대출할 곳이 없어서 머리가 깨질 정도로 힘들어‘ 이렇게 털어놓고 얘기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둘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생각이 많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하자, 친구가 좋은 조언을 해준다. 자신도 다른 분께 피드백을 받아서 해 보는 중이라고. 효과가 있다고 했다.
생각이 많을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보란다. 그것의 의미는 뇌도 쉬게 해주란 얘기다. 자면서도 계속 생각을 하면 뇌가 쉬지 못한다. 뇌도 휴직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럴 때 세포가 왕성해진다는 것이다. 쉴 때, 아무것도 않을 때 창의적인 사고가 많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항상 생각을 하는 사람은 창의적인 세포들이 활성화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명해 나가는 사람들이 그것만 가지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란다. 잠시 ‘멍 때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유레카’다. 문득 생각나는 거. 그것이다. 뇌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성화 시킨다는 것이다.
친구도 아들과 노는 시간이 되면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뀐 자신을 봤다고 한다. 친구에게 주어진 일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강의 준비에 집안 일도 도와야 하고 처갓집 행사에, 쉬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 아이랑 둘이 노는 경우가 생겼는데, 접목을 해 봤다고 한다. 강의자료 준비를 뒤로 한 채, 마냥 미친 듯이 노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가장 그것이 즐거움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 봤는데, 밤에 강의 자료를 만들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진짜 신기할 정도로 머릿속의 생각들이 팍팍 돌아가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새 엔진이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좋아한 친구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지금 현재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랑 함께 하는 것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아이의 만족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갈등해소가 점점 어려워졌다는 사실도 알았다. 아이와 둘만의 여행을 계획 중이다. 모든 것을 차단하고 ‘아이의 목소리와 마음’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