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선 편집부장 |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친구는 많은 것을 바꾸어 버리는데, 간섭하고 독촉하다 못해 구질구질한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생애 첫 선택은 빛 바랜 사진으로만 기억되는 '돌잡이' 때였다. 떡, 과일, 실, 쌀 등이 가득한 돌잔치 상에서 왜 만원짜리 두 장을 들고 퉁퉁 부은 얼굴로 앉아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진 지폐는 아이의 선택이었을까, 부모의 강요였을까?
최근 중학생 딸이 열중하는 TV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국민이 직접 보이그룹을 뽑아 육성시키는 '프로듀스 101'이 그것인데, 무려 101명의 소년들중에 11명을 선택하는 진화형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겠다.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해 매일 11명씩 투표하는 그 열정이 대통령선거 못지 않아 넌지시 물어보았다. “너희들의 선택 기준은 무엇이니?” 돌아오는 대답은 조금 의외다. “일단 끌리는 사람 뽑고요. 열심히 노력하거나 간절해 보이는 애들에게 투표를 하지요.” 아이들의 선택은 솔직하고, 변화무쌍하며, 후회가 없기에 부럽다.
19대 대통령선거, 우리는 또 다시 선택이란 오랜 친구과 조우했다.
특히 이번에는 탄핵정국이란 늪에 빠진 대한민국을 건져내야 하는 시기인지라 한 표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소중했던 것 같다. 1992년 첫 선거권을 행사했던 그날부터, 신중했지만 늘 올바른 건 아니었고 몇몇 대통령의 경우 마지막엔 아프기까지 했다.
결국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새 대통령을 뽑는 최종 책임은 국민에게 돌아오곤 한다.
뭘 어쩌란 말인가, 탄핵정국과 조기대선의 혼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의 책임만은 아니지 않은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선택하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 법. 다수가 답을 정했다 해도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017년 '국민의 선택'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되었고 우리는 모두 문 대통령이 열게 될 새로운 문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 선거기간 내내 보아왔던 이념전쟁, 지역갈등, 무엇보다 심각했던 세대간의 벽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촛불과 태극기로 찢기고 분열돼 치유가 불가능해 보인다.
선거기간 내내 살얼음판을 걸어야만 했던 가정도 있다. 60대 이상에겐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질책하는 청년들, 그리고 촛불을 든 자식과 손주들까지 빨갱이라고 등을 돌리는 노인들이 그러하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노인과 젊은이는 전혀 다른 세상을 외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깊은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다.
나와 남이 아닌 '국민'이라는 하나된 틀 안에서 소통의 힘을 보여줘야만 한다. 답은 멀리있지 않다. 최순실이라는 극단적이고 폐쇄된 관계만을 유지하며 국민과의 끈을 놓아버린 박 전 대통령의 어리석은 행보를 되밟지 말아야 한다.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까지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당선수락 연설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적폐를 씻어내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선거운동 기간 다짐을 어떻게 풀어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과 함께 걸어가야 할 문재인 대통령, 후회하지 않는 '국민의 선택'으로 남을 수 있길 소망해 본다.
고미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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