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당초 계획된 일정보다 앞당겨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대선 후보를 비롯해 여야 각 당의 준비기간은 짧았고, 내용면에서도 부족함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을 지켜보는 기자의 눈에 가장 불편한 일은 대선을 통해 치유돼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인 분열된 민심의 수습은 커녕, 되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정 세력에 대한 궤멸론 주장이나, 색깔론, 배신자 프레임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단기 선거에서 네거티브만큼 효과적인 전략이 없고, 1등만 기억되며 1등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세계가 선거고 정치판이라곤 하나 작금의 국민 분열과 갈등이 어디서 기인해왔겠는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내부에서도 차기 정부의 과제로 꼽고 있는 정치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등 각 부문의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열린 마음으로 협력해야한다고 봤다. 이른바 협치의 시대가 돼야한다는 데 정치권 모두가 이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하면서 보여온 정치권의 모습은 밥그릇 싸움같은 이전투구와 흑색선전의 난무(亂舞)다. 여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세몰이도 잇따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과거의 이분법적 사고와 양분된 민심의 양상을 똑같이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선 후보들과 정당들은 ‘왜 정치를 하는가’라고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보수가 무엇이고, 진보의 목적이 무엇인가. 정치의 목적은 결국엔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선거 국면에서 나타난 모습은 이율배반적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나를 지지해준 유권자는 국민이고, 상대를 지지한 유권자는 국민이 아니라고 보게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양극단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가져올 미래는 무엇이겠는가.
지지자 및 정당 간 희비교차 정도가 아닌 절반만의, 절반만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불행했던 과거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려워보인다.
보수 후보 지지자도 보듬고, 진보 성향 유권자도 포용할 수 있는 국민 전체를 위한 대통령. 있을 수 없는 ‘블루문’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국민통합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우성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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