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6시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을 축제의 장으로 향하며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못난 탓으로 저만 그런 것일까요?
필자는 정당의 선거공약이나 전략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두어 개 방송국과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5번의 토론회는 챙겨 보았습니다. 후보들의 토론하는 모습들이 머릿속을 휘저으며 필자를 아프게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 중 국내총생산 1~3위하는 국가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의 13배, 중국은 8배, 일본은 3배에 이릅니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으며, 정책 비중은 얼마나 둘까요?
강대국들 틈새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현실을 외면하고, 국력신장에 매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정치는 자중지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늘은 양지가 있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늘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고 도적이나 강도 대하듯 하는 것이 민주적 사고인가요? 바로 앞 세대를 원수 대하듯 하는 것이 발전적인 일인가요? 궤멸시키거나 소멸시키고 늘 새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 방식일가요? 제자리걸음이요, 자기발등 찍기는 아닐까요? 경제에서 제자리걸음은 퇴보입니다. 전 세대, 내일 바로 당신입니다.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요, 방안퉁소인 정치가 첫 번째 아픔입니다.
세상일에는 목표 설정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총생산을 얼마로 끌어올리겠다. 미래를 도모해야 하는 것은 이것이다. 국민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이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일들을 해야 한다. 국민 총생산이 늘면 세수가 늘고, 그에 따라 복지를 비롯한 각종 정책을 어떻게 펼치겠다. 이것이 국가 경영 전략이고 순서 아닐까요? 나눠 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기업을 때려잡으면서 세수를 늘린다는 말을 믿으시나요? 국력 신장 없이 세수를 늘리면 누가 고통을 받는 것인가요? 토론에서 미래의 국가전략 없이 나눠 쓰기에만 골몰하는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그것이 두 번째 아픔입니다.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사회에서 보수나 진보를 운운합니다. 모두 소중한 가치들입니다. 세상은 상호 견제하고 충돌하며, 때로는 협력하면서 바르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다양성이 밝은 대한민국을 기약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내 뜻과 다르다 해서 원수처럼 대하고 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흑백논리가 정당한 것인가요? 그러면서 표를 의식해 마음에도 없는 색칠을 하고 분장하는 것은 무엇이며 가당치나 한 일인가요? 자기가 생각하는 소중한 가치를 펼쳐 보여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합당하지 않나요? 가랑비만 와도 씻겨나갈 색칠로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거짓 공약에 속아 표를 던지는 것은 우매함의 극치입니다. 이것이 세 번째 아픔입니다.
국가 통치는 적자로 운영해서도 안 되고,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는 일을 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과거에 복지 운운하는 정부들이 급식비, 노인기초연금 등 대부분의 복지예산을 지방자치 단체에 떠 넘겼습니다. 지방정부들은 전체 세출의 대부분이 고정비용이고 십분의 일정도가 단체장이 소신 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중앙정부가 모두 채트려 간다면 지방자치제를 붕괴시키는 것이며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입니다. 자치단체는 창의적이고 자치적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생색은 자신들이 내고 모든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 차기 정권에 떠안기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우선 달콤함에 이성을 잃고 속는 것이 네 번째 아픔입니다.
긍정적인 문제의식이 넘쳐날 때 사회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작금의 세태가 우리사회를 부정적 문제의식으로 만연케 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우리민족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선진문화를 대대로 가지고 있던 나라입니다. 근래엔 전쟁의 폐허 속에서 60여년 만에 전 세계가 놀랄만한 발전을 이룩한 위대한 국가입니다.
무엇이 선조들의 잘못인가요? 무엇이 앞 세대의 잘못인가요? 부패지수, 행복지수 등 우리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닐까요? 의식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회구조나 현상이 너무 빨리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하해서 보는 것이 다섯 번째로 필자를 아프게 합니다.
투표에 앞서 우리 모두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무엇이 진정 우리를 복되게 하며, 후손을 위한 길이고, 국가장래를 위한 선택인지 한 번 더 생각하시고 위대한 권리 행사를 하셨으면 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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