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가난해서 시작한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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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가난해서 시작한 문학

  • 승인 2017-05-04 00:01
  •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 필자의 스무살 청년시절 서울 종로에서 디제이를 보던 때의 모습.
▲ 필자의 스무살 청년시절 서울 종로에서 디제이를 보던 때의 모습.


지난 문학청년시절 청바지와 스카프 장발의 젊은시기에 강원도 춘천에서 화천으로 이사간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을 만났다

그의 첫마디가 이랬다. “난 가난해서 글을 썼어요. 작가는 한 자루의 붓과 종이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음악가나 화가는 돈이 많아야 배우는 예술분야잖아요?”

오늘은 새벽에 눈이 부스스 떠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간 밀린 숙제(원고쓰기)를 해야겠다며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얼마 전 원고청탁을 해온 시집평론과 독후감 원고 더미를 쌓아놓고 한 편, 한 편 정성스럽게 읽어 내려갔다. 신선감과 해맑은 원고의 내음에서 힘찬 에너지를 맛본다. 때 묻지 않은 이들의 원고에서 밝은 문학의 미래를 본다. 평론과 독후감 심사평을 다 쓰니 이른 아침이 되었다.

늘 하는 버릇처럼 전국과 세계 각지에서 날아오는 이메일(3000여명 관리)을 검색하고 나의 50여개 관리의 문학카페와 홈 페이지를 두루 돌아다니었다.

무려 4시간 원고를 쓴 이 작업을 경제적 환산가치로 따져보면 큰 돈은 아니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 무심코 시작한 습작의 세월이 오늘날 중견작가가 되었고 이 일이 이렇게 약간의 돈이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일반적인 경제활동 하는 것에 비하며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내가 새벽잠에 깨어나 노력하여 번 돈 치고는 두부부침에 막걸리 한 잔은 족히 마실법한 실실한 금액이다. 아내와 주변으로부터 돈에 대한 짜증 어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렇게 자조적인 말을 종종 한다. “에이 괜시리 작가를 했네. 차라리 사업이나 할 것을……?”

그러나 이렇게 창작을 하면서 약간의 돈이 들어오면 “보람스런 작가가 되길 잘 했구나” 하고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저 유명한 법정스님은 그의 어록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이나 사물은 끝없이 형성되고 변하는 것이다. 선입견을 벗어나 맑고 깨끗한 ‘열린 눈’으로 생각과 내 눈을 열면 세상도 열리는 법이다!”

우리나라는 프랑스나 영국처럼 문인들이 글만 쓰면서 먹고 살기는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면서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 5천만 명 인구 중에 문인은 약 3만 여명 정도라고 한다. 이 가운데에 상당수는 한국문협이나 국제펜클럽 같은 협회에 등록된 이른바 ‘호적에 올린 기성문인’이고 반은 문학동인회나 일반문인들에 속한다.

전국 3만여명의 문인중에 글만 쓰는 전업문인은 1%인 3백여명 정도 되는데 이 중에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1백여명 안쪽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른바 유명작가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이들이다.

전체문인 3만여 명 중에 현재 가지고 있는 직업을 내놓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고, 글만 쓰자니 먹고 살기가 힘든 작가가 약 1천여 명 미만인데 내가 이 중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또 5천여 명은 직업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글을 쓰긴 하지만 어쩌다 한 편씩 쓰고 문협 세미나나 모임에 가끔 얼굴을 내미는 정도이다. 스스로 시인이나 작가임을 자족하는 부류이다.

그리고 1만 5천여 명 정도는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가 글을 쓰거나 말거나 하는 정도이다. 나머지 1만 5천여 명 정도는 문단에 어떤 이유로 문단에 등단만 했지 작가활동이 거의 없거나 이름만 올려놓고 저 세상으로 가는 부류의 문인들이다.

 이 가운데 10% 가량인 1천 5백여명 정도가 지속적으로 고고(孤高)한 작가관을 가지고 신념의 글을 쓴다고 보아야 한다. 이 작가군들이 적어도 자신의 저서 몇 권에서 몇 십 권의 책을 내고 꾸준히 자신의 글을 쓰고 각종 지면에 글을 연재하며 글을 쓴다. 이들이 이른바 프로페셔날한 시인이요, 작가이다. 나도 아마도 이 부류에 들어갈 것이다.

어떤 이는 글 쓰는 일이 생계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글쟁이도 밥을 먹어야 하고, 가족도 부양해야 하고,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부자가 되기보다는 가난한 생활만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고뇌에 쌓이는 사람들의 부류가 이른바 근대 전업작가들의 쓸쓸한 군상(群像)이다.

“오, 신이여! 오늘도 한 자루 붓을 들고 걸으며 잡고 살아야 할 것인지? 죽어야 할 것인지? 이것이 문제로다?”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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