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그들과 함께 가야 제대로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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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그들과 함께 가야 제대로 멀리 간다

  • 승인 2017-05-01 11:00
  • 신문게재 2017-05-02 22면
  • 사홍석 대전가양초 교사사홍석 대전가양초 교사
▲ 사홍석 대전가양초 교사
▲ 사홍석 대전가양초 교사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 서고,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아프리카 사람들이 먼 여정을 떠나다보면 사막을 지나고 짐승을 피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생존을 위한 고난을 극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동료와 함께 고난과 좌절을 극복하고, 지혜와 정보도 나누면서 힘을 합해야 원하는 곳까지 제대로 갈 수 있다는 아프리카의 격언이다. 개인의 삶, 가정이나 직장 생활에까지 적용해볼 때 많은 반성과 의문이 들게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가치관을 갖고 생활하며, 특히 제자를 가르쳐야하는 교육자는 최소한 교육적인 식견이나 목표를 갖고 교직에 임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가치관이나 교직관은 어떤 방식이든 최종적으로 제대로 된 학생 교육이라는 종착지로 향하게 되어 있다. 선생님은 교실에서 더 나은 교수학습 방법을 연구하면서 효율적으로 학생 교육을 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정말 잘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나 풍토를 조성해 주어야 하며, 교육청이나 국가는 선생님들이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변화하는 시대와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교육 패러다임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과연 교육청과 국가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떤 지원을 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누가 함께 가고 있는가? 선생님, 학교, 교육청, 그리고 국가는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함께 가고 있기는 한가?

“부장님, 도대체 몇 시에 출근하세요?”

“퇴근은 언제 하세요?

“혹시 학교에서 주무시는 거 아니에요?

현재 다니는 대전가양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아 3년째 근무하면서 우리학교 선생님들께 많이 들었던 얘기들이다. 선생님들 입장에서 보면 나의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그리고 근무 시간 내에는 줄곧 교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 앞에서 일하거나 여러 선생님들과 업무 상의를 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내 모습을 보면서 걱정해준다거나, 나를 좀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했다거나 하는 등 선생님들마다 다양한 생각을 갖고 그런 얘기를 했을 것이다.

나는 부지런한 선생님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상 아침 7시에 출근하여 늦게까지 업무를 보다가 밤늦게 퇴근한다. 부끄럽게도 교직 경력이 10년도 더 지난 그 시기에 갖게 된 나의 교직관이고, 내가 그들과 함께 가는 방식이다. 벌써 8년째 교실에서 학생지도, 학부모 상담, 각종 행사 운영에 개인 업무 처리까지 해야 하는 담임교사에 비해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교과전담교사를 선택하여 동료 선생님들이 학생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서 그들과 함께 가기 위해 부지런을 떨고 있다.

“사부장, 그렇게 하지마. 나도 한 때 사부장처럼 밤낮 없이 일에 미쳐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스러워. 잃은 것도 너무 많고.”

이전 학교에서 근무할 때 좋은 인연으로 만나 지금은 사적으로도 종종 함께 산에 오르며 나의 롤 모델로써 멘토 역할을 해주시는 어느 교장 선생님께서는 가끔 그렇게 말씀하신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가져왔던 나의 교직관을 이렇게 쉽게 내려놓기는 싶지는 않다. 그리고 내려놓아지지도 않는다.

“우리 교무부장 수고했어.”

“교무부장님처럼 일도 잘하고 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주시는 분은 처음 봤어요.”

우리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러 동료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칭찬 한 마디에 피로감을 훌훌 털고 내고 묵묵하게 또 다시 부지런을 떤다. 나 혼자 빨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제대로 멀리가기 위해서.

교육의 최전방에서 묵묵하게 학생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과연 누가 함께 가고 있는가? 혹시 혼자서 빨기 가기 위해 제각각 따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홍석 대전가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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